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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2884349
· 쪽수 : 154쪽
· 출판일 : 2024-05-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가 뭘 원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카스틸리오네 부인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녀가 뭘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다. 그녀는 춤춘다. 그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비가시적이니까, 그렇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이 타인의 시선 아래 놓이는 순간부터, 그녀는 춤춘다. 그 춤에 관해서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오로지 사진만이 그녀 속 유령들의 그 끊임없는 움직임을, 상대방을 향한 오고 감을, 반복과 도약 들을 가시화하고 그럼으로써 판타스마타(fantasmata)라 부르는 것이 나타나도록 한다.
몸은 판타스마타에 의거해 춤을 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뭔가? 동작이 일단락될 때 춤추는 이가 마치 메두사의 머리를 본 듯 그 사위를 멎게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동작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일순간 몸의 정수가 멎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의 방식과 절도, 기억을 고정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 순간에 전적으로 돌과 같아야 한다. 춤의 정수는 바로 이 같은 형상의 부동화에, 유일하게 움직임의 감각을 주는 그 정지 화상 속에 있다. 사진은 상대방의 시선 밑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여인의 춤을 포착하게끔, 어떤 비밀의 즉각성(instantane)을 드러내는 이 돌의 상태를 붙잡게끔 해준다. 그녀는 바로 그 사실을 전시하고 싶었으리라.
댓츠 미 …… 댓츠 미 …… 댓츠 미 …… 그래, 이건 나야, 포즈를 취하고 상대방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찾는 이 여자는, 댓츠 미, 이 강퍅한 시선의 유혹녀는, 제가 지닌 신체적 특질들로 능란하게 유희한다고 믿는 이 여자는, 댓츠 미, 자기 자신의 등장이라는 작은 연극을 광적으로 조직하고 그 열광을 숨긴다고 믿는 이 여자는, 댓츠 미, 동정을 살피고 상상의 이야기를 꾸며내며, 댓츠 미, 차용과 모방과 분노와 거짓말로 이루어진 이 여자는, 댓츠 미, 시체 같은 술병 더미 사이로 무너지는 이 여자는, 댓츠 미, 손에 칼을 쥐고 나타나는 이 여자는, 댓츠 미, 탁자 위에 놓인 그림틀 너머에서 우는 이 여자는, 댓츠 미, 불가해한 공물을 바치기 위해 설치된 제단인 양 악취 풍기는 몸뚱이로 바구니 안에 널린 죽은 개들, 그 사랑하는 것들의 몸 앞에서 절하며 우는 이 여자는, 그건 나, 분칠한 채 꼼짝 않는 이 가면 같은 얼굴, 나, 폐허가 된 물질 앞에서의 이 우울, 이 혼란, 이 비통한 애도는, 댓츠 미-. 그렇기에 그녀는 사진들 전부를 보여주어야 했으리라. 전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