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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류학/고고학 > 인류학
· ISBN : 9788994054742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5-09-25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감사의 말
저자 서문
1장 | 유년기 인류학의 역사
서론
어린이: 최초의 원시인
문화와 인성
육아 비교문화 연구
영국 인류학계의 어린이 연구
어린이의 성별
어린이 중심의 인류학
결론
2장 | 어린이란 무엇인가?
서론
근대적 유년기 개념: 필립 아리에스(Philipe Aries)의 영향
유년기 개념의 형성
무능력하고 순종적인 어린이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어린이
가족을 완성하고 부모의 지위를 부여하는 어린이
경제적 투자 대상으로서의 어린이
원하지 않았던 자녀, 인간으로서 거부당한 어린이
결론
3장 | 유년기의 시작
서론
태아
아기 정령
환생
비정상
결론
4장 | 가족, 친구, 또래
서론
부모의 역할
입양과 수양
집밖에 사는 어린이
형제자매
친구와 또래 집단
결론
5장 | 말하기, 놀기, 일하기
서론
말 배우기
어린이와 놀이
일인가 놀이인가?
결론
6장 | 훈육, 체벌, 학대
서론
서양 전통 사회의 훈육과 체벌
신체적 체벌
신체적 체벌의 대안
누가 어린이를 체벌할 수 있는가?
아동 학대
결론
7장 | 어린이와 성(섹슈얼리티)
서론
인류학, 섹슈얼리티, 유년기
어린이와 성: 프로이트의 영향
근친상간과 학대
어린이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민족지 사례
아동 매춘
결론
8장 | 청소년기와 성인식
서론
청소년기란 무엇인가?
청소년과 세계화
성인식
성인식: 심리학적 분석
성인식과 교육
성인식과 성별
성인식은 유년기의 끝인가?
결론
결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이 책에서 제일 먼저 다룰 문제는 ‘어린이’에 대한 정의다. 국제법은 유년기를 0세에서 18세 사이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유년기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 정의가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본다. 비록 태아의 수정, 출생, 첫 월경 등과 같은 명확한 신체적 표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유년기를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는 인류학자로서 나이나 신체적 표징보다는 그 표징에 부여된 사회적 상징에 주목한다. 이 책의 뒤에서도 또 이야기하겠지만, 어린이를 어린이로 인식하는 건 출생 시기와 상관이 없을 수 있다. 때로는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어린이로 부르기도 하고, 또 때로는 태어난 지 한참이 지나도 여전히 어린이이기도 하다. 때로는 성인식을 치렀어도, 결혼을 했어도, 심지어는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어도 어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년기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어린이는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며, 각 사회의 내부적 관점과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나는 유년기에 대한 그 어떤 정의도 내리지 말 것을 조심스레 제안하며, 여러 가지 민족지 사례를 통해 유년기라는 개념이 얼마나 다양하며 유동적인지 보여 주려 한다. 본래 이 책에서는 유년기에 대한 ‘인류학적’ 논의에만 집중하려 했다. 나는 이 분야의 연구는 심리학자들이 점령했다가 최근에는 사회학자들에게 자리를 내줬다고 느끼고 있었고, 여기에 인류학다운 전문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추가해 학제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유년기 연구에서 순수한 인류학을 찾는 시도는 헛된 일이었다. 특히 애초부터 학제간 연구로 시작했던 북미 인류학계에서는 더욱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 책의 범위를 사회문화인류학으로 제한하는 일은, 심리학·사회학·언어학·인류학 등이 유년기 연구에서 이룩했던 커다란 공로를 무시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1950년대부터 아동 발달 분야의 학제간 연구를 계속해 왔던 북미 사회인류학자들의 공로를 가벼이 여기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힘이 닿는 데까지 어린이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에 집중했다. 물론 다른 학문의 연구를 인용할 때는 저자의 학문적 배경을 명시했다. 유년기라는 주제는 감정적이기도 하다. 특히 잘 모르는 문화권의 육아 방식이 이상하거나 위험해 보이는 경우, 그 부모를 향해 무지몽매하다고 비난하기 쉽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적 맥락에서 어린이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해 보고, 그들이 무슨 이유에서 그런 육아 방식을 취했는지 알아본다면, 함부로 다른 나라의 부모들을 향해 가치판단을 내리거나 악마 취급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인류학자들은 어린이에게 허용되는 행동과 비난 받아 마땅한 행동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예를 들자면, 여러 가지 체벌 형태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히 어린이를 때리는 이유를 비교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사회가 어린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폭넓은 질문을 던져 봄으로써 용납하지 못할 육아 방식의 종류와 부당한 학대의 기준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미드는 미국의 청소년들이 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기성사회와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종교적·도덕적 선택사항이 너무 많다는 점, 다른 하나는 성과 신체를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그에 반해 청소년기에 스트레스나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 사모아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요구하는 문화적 관습이 미국과는 다르고 이를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의 태도도 다르다. 사모아에서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얌전하고 예의바르고 과묵하고 부지런하고 가정에 충실하고 순종적인 사람이 되도록 가르친다. 어린이들은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에 순순히 따르는 편이다. 단일한 종교를 믿고 모두가 하나의 교단에 속해 있는 단일한 사회다. 달리 고를 수 있는 종교적 신앙이나 사회 체제가 없으며, 이를 거역할 수도 없다. 어린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에는 이성을 멀리하고 동성끼리만 어울린다.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 이성끼리 어울리기 시작하지만, 여자에게 애인이 생길 때까지만이다. 애인이 특정한 사회 집단(가족은 아니다)에 속해 있는 이상 이러한 관계는 용인되거나 묵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