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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4081120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엄마, 없다
터치 마이 소울
목욕 친구
민소매 원피스
지급명세서
비밀번호 2269
껌 두 알
굳은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경혈
롤러코스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렇게 엄마를 사랑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요. 엄마가 나에게 주었던 황홀한 미소와 달콤한 밀어. 그것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내 앞에 펼쳐질 생이 그렇게 녹록지 않으리라는 것은 우리가 놀이터에서 자주 하던 ‘엄마, 없다’ 놀이를 하며 알았습니다. 엄마는 종종 미끄럼틀 뒤나, 책 읽는 소녀의 동상 뒤에 숨기 전에 나를 보며 “엄마, 없다”를 외쳤습니다. 그러면 방금까지 보이던 엄마가 정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 말만 하고 나면 엄마는 사라졌습니다. 아, 처음에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요. 엄마는 코까지 빨개지며 우는 내가 우스워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우리 아기, 왜 울어? 엄마 여기 있는데. 엄마도 아기 때에 엄마의 엄마와 이 놀이 하면서 놀았어. 엄마는 재미있는데 우리 아기는 재미없어? 슬프기만 해?” ― <엄마, 없다>에서
이제 나는 아버지에게 짜증내지 않으면서도 음식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먹지 않으면 슬퍼지던 날들이여 이제는 안녕~. 그가 나를 보고 웃을 때,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를 때, 사람들이 지나는 복도에서 코를 찡그리며 아는 체할 때, 남자 화장실로 쏙 들어가며 따라오라고 장난칠 때 나는 포만감을 느꼈다. 그것은 음식으로 허겁지겁 허기진 배를 채울 때 느끼던 포만감과는 달랐다. 한없이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아릿했다. ― <민소매 원피스>에서
그녀는 그 사이 눈가의 얼룩을 대충 지운 것 같았다. 인턴은 연속으로 두 번 눌러 캡슐 안에서 껌을 꺼낸 뒤 입 속에 털어 넣었다. 품새가 꼭 약이라도 먹는 것 같아 물도 함께 대령해야 할 것 같았다.
“이 껌은요, 꼭 두 알씩 먹어야 해요. 하나로는 통증이 잘 안 가셔요. 저는 두통약도 꼭 두 알씩 먹거든요. 이건 껌이 아니고 기분 좋아지는 약이에요. 씹으면서 ‘좋아져라~’ 하고 빌면 진짜 좋아져요. 언니도 두 알 씹어보세요.” ― <껌 두 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