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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4081229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13-04-02
책 소개
목차
1장 역관의 딸, 장옥정
2장 이순의 시대가 열리다
3장 침방나인이 되다
4장 옥정, 승은을 입다
5장 옥정, 다시 입궁하다
6장 숙명의 맞수
7장 조선의 왕비, 장옥정
8장 폐비 민씨의 복위운동
9장 최숙빈, 모사를 꾸미다
10장 나를 위해 죽어다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럼 내가 너를 이용하면 어찌 되는 것이냐?”
옥정이 이순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쓰일 곳만 있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그리하소서.”
“대체 그러한 절대적인 헌신과 희생의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냐? 내가 지존이라서?”
옥정이 잠시 말문을 닫고 이순을 바라보았다.
“사내시기 때문입니다. 장옥정의 마음속에 있는 유일한…….”
이순이 들었던 잔을 내려놓고 옥정을 바라보았다. 임금을 사내라고 말한 이는 여태 아무도 없었다.
“선비는 모름지기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 들었습니다. 여인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전하의 신하며 여인이 되고 싶습니다. 쓰고 쓰다가 더는 쓰일 곳이 없게 되면 멀찍이 치우소서. 허나 잊지만 말아주십시오. 장옥정이라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그것이면 되옵니다.”
―<4장 옥정, 승은을 입다> 중에서
“누명입니다.”
옥정이 이순을 쏘아보았다. 옥정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순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당당했다.
“그것으로는 죽어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다른 이유를 말씀해주시오! 어찌해서 내가 죽어야 합니까?”
“왕세자를 위해서다. 그대가 죽어주면 왕세자는 내가 지켜주겠다.”
“더욱 아니 되겠습니다. 가례를 올렸다 하나 이제 겨우 열넷입니다. 어미 없이 커갈 자식을 두고 눈에 밟혀서 어찌 떠납니까? 그리는 더욱 못해드리겠습니다.”
옥정과 이순의 눈길이 팽팽히 부딪혔다. 숨이 막힐 듯한 정적과 긴장이 흘렀다. 이순이 드디어 입술을 뗐다.
“나를 위해…….”
옥정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를 위해 죽어다오, 옥정아! 내가 너의 죽음을 원한다! 그것이면 되겠느냐?”
―<10장 나를 위해 죽어다오> 중에서
박숙원의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전하는 처첩 간의 갈등을 이용해 서인과 남인으로 하여금 대리전을 치르게 하셨지. 그리곤 그때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셨다. 나와 희빈 장씨를 번갈아 쥐었다 폈다 하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신 것이지. 내가 중전의 자리를 다시 찾으면 기쁠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어. 위안이 되는 것이 없진 않다. 가문이 다시 일어서고 왕비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된 것! 그 사이 전하께서는 시시때때 중궁전의 주인을 바꾸는 동시에 환국을 주도하셨지. 그리고 그를 통해 왕권을 강화해나가셨다. 결국은 희빈 장씨와 나 모두 그분의 희생양이었던 것이야. 세상에 사람의 마음은 결코 영원할 수 없는 것을. 더욱이 주상과 같이 변덕스러운 성정을 가진 분의 마음은……. 장녀가 그 이치를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다면 지금과 같은 치욕은 맞지 않았을 것이야.”
“마마…….”
“자네…… 부디 자중자애하게. 권력이든 애욕이든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결과가 될 것이니.”
“명심하겠습니다, 마마.”
“속이 후련하구먼. 나를 현숙하고 자애롭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네. 어찌 분기와 억울함이 없겠나? 다만 털어놓을 사람을 조심할 뿐이지.”
―<10장 나를 위해 죽어다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