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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4081540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장부의 길 ①
도산
사암
장부의 길 ②
깊어가는 강
매화 한 분
하늘 사람
도산기
지산와사
매한불매향 ③
의혹의 열쇠
길 위의 그림자 ①
길 위의 그림자 ②
기수도
달과 검
방하착
세 개의 추
회광반조
혈오화
도산일몰
퇴계 이황(李滉) 연보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율곡은 문득 퇴계 선생을 주자학의 종자로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가 벼슬을 마다하고 천만 년 갈 도량을 세운다는 것이 그것의 증명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유학의 전통 적자가 아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퇴계학?
퇴계학이라…….
맞아. 그렇다면 그는 그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열고 있다는 말이다. 실천, 성리학적 언어들이 지시하는 세계, 그 세계를 체험적으로 성찰하고 증득하여 실행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것은 혁명이다. 혁명이 따로 있겠는가. 그의 말은 곧 지금의 현실을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나라의 형편, 그 형편을 그는 말하고 있다. 언제 큰 나라에서 이 나라를 집어삼킬지 모르는 형편을 말하고 있다. 역사는 그래서 혁명을 용서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는 지금 말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사상적 노예가 되어 있지 않느냐고. 남의 새끼가 되어 그것을 증명할 길도 잃어버린 채 그냥 그 사상에 젖어 친아비를 죽이고 있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래서 이렇게 버둥거리는 게 아니냐고.
어느 날 한 통의 서찰이 전해졌다. 강릉의 율곡이 보낸 것이었다.
나의 스승이시여
공부에 그 누가 의심이 없겠습니까?
병의 뿌리는 바로 아집을 벗어나지 못함입니다.
필경 한계(寒溪)의 물을 마시고 심간(心肝)을 밝히면 스스로 알 것입니다.
젊어서는 양식을 찧노라 사방을 달리시고 인마 주리고 여윈 뒤에야 빛을 돌이키셨습니다.
비낀 해는 본래 서산 위에 있으니 고향 길 먼 걸 어찌 근심하리까.
율곡의 서신을 읽고 난 퇴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스승은 제자가 일정한 경지를 보일 때 가장 기쁜 법이다. 그의 사상이 설령 반대된다고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확장시켜나갈 때 스승은 비로소 세상을 얻는 것이다. 비록 율곡은 이념을 달리하고 있었지만 바로 자신과의 갈등 속에서 사상과 신념을 더욱 확장해나갈 것이었다.
퇴계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감사하오. 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