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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404701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24-04-08
책 소개
목차
꽃무릇 일어서다
금강 언저리
여래의 상
풍광의 모순
실체의 실체
4구게
1각을 위하여
자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붓다의 제자가 되어 교단으로 들어갔을 때 붓다는 두 아이를 데리고 갠지스강으로 나갔었다.
-저기 강이 보이느냐?
-네.
-이 세상 어딘가에 한 뿌리이면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꽃이 있다(花葉不相見). 바로 꽃무릇이라는 상사화다. 꽃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하고 아름답지만, 꽃과 잎이 만나면 금강화(金剛花)가 되리니 너희들이 이곳으로 온 것은 바로 그 꽃을 찾기 위함이니라. 저 강은 그 꽃을 피우는 젖줄이란다. 부지런히 그 꽃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는 머리를 내저었다.
카필라가 멸망하지 않고 붓다의 목에 칼날이 파고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그는 신통을 쓰지 않았을까?
무서운 일이었다.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생각해도 무서운 일이었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죽이지 않고는 그의 침묵도 처단할 수 없으며 그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모든 중생은 고행을 저버리고 무사안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의 고언에 죄의식만 심어가고 있었다. 카필라 전체가 피바다로 변해 버린 것이 바로 그것의 증명이었다.
그렇게 이유는 분명했다. 깨침의 세계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죄, 나아가 깨치지 못했으면서 깨쳤다고 하는 죄. 그리하여 중생을 현혹하는 죄. 이 죄는 부모를 죽인 죄보다 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였다. 삿된 깨침이 세상에 퍼지면 결국 진자의 깨침을 사라지게 마련이고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 거짓을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진실과 거짓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제거했을 때 그 참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가 내세우던 진리. 침묵으로 일관하던 진리. 그 진리가 피를 흘리며 제 모습을 드러낼 때 진리는 오로지 그 모습을 나타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