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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4207537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영감
회의
섭외
공간 연출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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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릴 때, 여름철 등굣길의 나뭇잎들이 어느새 가을 낙엽으로 변해 있으면 괜히 분해지곤 했다. '멍청이, 색이 변하는 그 순간을 똑똑히 봐뒀어야지, 올해도 놓쳐버렸잖아!' 그 비슷한 심정으로, 『카페 림보』가 연극으로 변할 때 정확히 어떤 점이 어떻게 변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매체가 바뀌면 하려던 얘기도 변할 텐데, 무엇이 선택되고 무엇이 빠질까?' 이런 궁금증을 품고 약 두 달간 기록을 했다. 사전 계획이나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쓰고 그렸다.
연극에서는 원작보다 바로 이 '놓침'이 한층 강조된 것 같다. 연극 일지도 마찬가지다. 가령, 등장인물 중 '박새'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이를 잘 느낄 수 있다. 관객으로 꽉 찬 공간에서 군중들은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박새를 짓밟으면서도 짓밟는지 모르고, 림보들이 새를 포착하고 구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뛰어들지만 너무 늦어버린 그 장면… 연극 「카페 림보」의 이 장면을 회상하면, 위에서 말한 연극의 정의를 이렇게 비틀고 싶다. "꽉 찬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을 림보들이 가로질러 갔고, 이 모든 걸 놓친 사람들이 있었다."
연극, 그중에서도 가난한 연극. 안 해본 사람은 모르고, 해본 사람은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험. 그것은 일종의 투쟁. 이를 테면 사소한 것들과의 격렬한 투쟁. 그런데 대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나? 단지 재밌어서? 하고 싶으니까? 허무와의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라도? 글쎄… 쉽진 않을걸?
한번 물어보자. 지금 기분이 어때? 떨려? 뭘 느껴? 이 연극, 잘 시작한 것 같아? 후회는 없어? 하면서 남은 게 있어? 달라진 게 있어? 너도 잘 모르겠어? 이걸 왜 하는지, 왜 했는지? 아니. 하는 건 그렇다 치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날도 추운데! 설명하긴 힘든데 재미나? 그럼 일단 해봐야지. 이미 해본 척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