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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94343150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0-11-26
책 소개
목차
굿바이 마릴루
로열 앨버트 홀
디어 프루던스
그라운드 컨트롤 투 메이저 톰
굿바이 마릴루
로열 앨버트 홀
디어 프루던스
그라운드 컨트롤 투 메이저 톰
디어 프루던스
굿바이 마릴루
로열 앨버트 홀
그라운드 컨트롤 투 메이저 톰
로큰롤 수어사이드
리뷰
책속에서
“괜찮아요?”
앞에 앉은 부인이 물었다.
괜찮긴요. 죽을 것 같아요. 이런 날이 올까 봐 십 년을 공포에 떨면서 살았는데 결국 오고야 말았어요. 아주머니도 보고 계시는 지금 말이에요. 십 년을 굽실거리며 살았어요. 초라한 내 꼴 안 보려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십 년을 장님처럼 귀머거리처럼 살았다고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 든 십 년이었어요. 그동안 숱한 장애물에도 쓰러지지 않았는데 그만 헛발을 짚고 말았어요. 살얼음판을 밟았으니 이제 추락할 일만 남은 거죠.
나는 백 군데도 넘는 나라를 가보았고 일곱 개 언어를 배웠다. 수백 권의 책을 읽었으며 수천 명의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배 한가운데에 구멍이 난 듯한 기분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이 공허감에 나는 밤마다 베개를 눈물로 적시었다. 내 이름은 파리와 워싱턴, 마드리드, 베를린의 건물 정면에 큼지막하게 새겨졌다. 상하이와 홍콩, 도쿄 마천루의 파란 네온사인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나는 유명인사였다. 인정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사람들은 나를 석학이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소개했다. 심지어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나는 여느 장관보다도 많은 훈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구멍은 채워지지 않았으니까.
“기적을 경험한 기분이 어떤가요?”
기자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정말 알고 싶어요?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랄까요. 나 같은 사람은, 그러니까 우리 서민들은 대개 운이 없죠. 안개가 짙게 깔린 도로에서 연쇄 추돌사고를 당하는 것도 우리고, 허름한 여관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는 것도 우리고, 광우병 걸린 싸구려 소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리는 것도 우리고, 공장 석면에 노출되어 죽는 것도 우리거든요. 그런데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하니 기분이 어떻겠어요?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이해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