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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소설론
· ISBN : 9788994524290
· 쪽수 : 500쪽
· 출판일 : 2017-05-1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 팡틴
2 코제트
3 마리우스
4 플뤼메 거리의 목가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
5 장 발장
마치며
문고판 후기
옮긴이의 글
삽화가 찾아보기
책속에서
세상에는 누구나 제목과 줄거리 정도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읽지 않는 ‘세계 명작’이라는 것이 있다. 이들 ‘명작’은 어른들의 친절한 마음에서, 대개는 발췌 번역 형태로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등에 수록돼 있다. 하지만 ‘명작’을 이렇게 읽은 소년 소녀가 성인이 된 다음 완역판으로 그 작품을 다시 읽는 일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처럼 읽히지 않는 ‘명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같은 대단히 상징성이 높은 작품으로, 일단 줄거리를 알면 새삼스레 다시 읽어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보편적인 통속성이라고 할 만한 요소를 갖춘 작품으로, 영화나 드라마로 몇 번씩이나 만들어졌기 때문에 읽지 않았는데도 어쩐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행인지 불행인지 두 가지에 모두 해당된다. 따라서 거의 읽히지 않는다.
_들어가며
『레 미제라블』의 1부 1장 ‘올바른 사람’에는, 교회사(敎誨師, 교도소에서 인도를 목적으로 죄수들에게 설교하는 사람)의 대리인으로서 집행에 입회한 미리엘 주교가 큰 충격을 받는 장면이 있다. (중략) 이러한 미리엘 주교의 충격은 다름 아닌 빅토르 위고 자신의 것이다. 위고 부인의 증언에 따르면, 위고는 1820년 베리 공작을 암살한 루벨이 단두대로 향하는 모습을 목격하곤 “암살범에 대한 증오가 사형수를 향한 연민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이때의 충격은 9년 뒤인 1829년, 익명으로 사형 제도를 규탄한 책 『사형수 최후의 날』을 출판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는 도요시마 요시오의 번역으로 일찌감치 알려진 이 소설은, 사형 판결을 받고 단두대에 보내지기까지 한 사형수가 겪은 고뇌를 그 자신이 쓴 수기라는 형식으로 극명하게 그려낸 것이다. 거기에는 비세트르 감옥, 툴롱 도형장으로 호송되는 죄수들의 무리, 뒤에 남겨진 가족들의 비참함, 죄수들이 쓰는 은어 등 훗날 『레 미제라블』에서 다루는 주제가 대부분 드러나 있다.
_장면 2
어느 일요일 밤, 파브롤의 빵집 주인 모베르 이자보는 바깥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니 깨진 유리창으로 누군가가 손을 집어넣어 빵을 훔쳐 달아나려 한다. 이자보는 뛰어나가 도둑을 붙잡는다. 그가 바로 장 발장이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탓에 도형장으로 보내진 남자의 에피소드는 굶주림에 의한 범죄라는 주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위고가 꾸며낸 것이 아니다. 위고는 이미 『사형수 최후의 날』(1829), 『클로드 괴』(1834)에서 실제로 이런 범죄 때문에 신세를 망친 남자가 있었음을 강조했는데, 당시 빵의 가격과 육체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비교하면 이런 범죄는 충분히 발생했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다.
18세기 말 육체노동자의 평균 시간급이 2수였던 것에 비해 빵은 1킬로그램(바게트 네 개) 에 5수였다. 육체노동자가 두 시간 반을 일해야 빵 1킬로그램을 살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빵 1킬로그램이라고 하면 꽤 많은 것 같지만 19세기의 노동자들은 고기는 거의 먹을 수 없었고 빵을 하루에 1킬로그램 먹었다고 하니까, 장 발장의 하루 벌이 24수로는 식구들이 굶어 죽는 것을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_장면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