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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88994606170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13-01-15
책 소개
목차
1부 동아시아사의 서유럽모델론 비판, ‘소농사회론’
1장 ‘소농사회론’을 구상하기까지
나의 연구 이력, ‘도쿄에서 서울로’
식민지근대화론자라는 뜻밖의 오해
‘소농사회론’이라는 가설
2장 동아시아 소농사회의 형성
주자학과 소농사회
소농사회의 형성과정
소농사회, 동아시아 역사의 분수령
3장 ‘소농사회론’그 이후의 공부
호적대장과 역사인구학
동아시아 속의 한국과 일본
나의 연구 정리
2부 동아시아에서 본 조선시대
4장 사대부와 양반은 왜 토지귀족이 아닌가
양안, 검지장, 어린도책 비교
한ㆍ중ㆍ일 토지대장의 공통성
특권적 토지 지배의 소멸
5장 조선시대 신분제 논쟁
왜 신분인가?
중국과 일본의 신분제 유형
양반은 신분인가?
6장 양반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배계층의 정의
과거시험, 양반으로의 도약대
문과급제자, 특정의 소수가문이 독점했을까?
문중별 문과합격자 분석
조선시대 지배계층 재생산 메커니즘
7장 한국의 역사인구학은 가능한가?
인구사와 역사인구학
외국의 역사인구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국 역사인구학의 과제
8장 사회적 결합에서 본 동아시아
사회적 결합을 비교하는 의미
가족, 친족 결합의 비교
조선시대 ‘계’와 사회적 결합의 특징
3부 동아시아사의 가능성
9장 민족주의와 문명주의, 3ㆍ1운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
'독립선언서'
조선민족대동단의 '일본국민에게 고함'
일본의 태도
10장 ‘화혼양재’와 ‘중체서용’의 재고
『미구회람실기』와 ‘항해술기’에 대해
일본, 중국과 구미의 만남 그리고 그 비교
‘화혼양재’와 ‘중체서용’에서 ‘동도서기’로
11장 유교적 근대로서의 동아시아 근세
‘동아시아 근세론’의 문제점
주희와 중국적 근대
동아시아의 유교적 근대
12장 역사학자의 소설읽기, 황석영의 소설 『심청』
화폐와 여성
19세기 후반이라는 시기 설정
동아시아에서 구미의 존재를 어떻게 자리매길 것인가
왜 심청인가?
현실은 소설보다도 더욱 복잡하고 중층적이다
4부 21세기 동아시아학과 한국학을 위한 제안
13장 동아시아세계 속의 한국학
‘지역연구’ 비판
동아시아사 연구에서의 유럽 중심주의
동아시아사 속의 한국사를 위하여
14장 21세기 동아시아 연구와 대학의 역할
동아시아 각국의 대학 편성, 그 문제점
전통과의 단절을 왜 문제시해야 하는가?
전통과 근대의 이분법을 넘어서
참고문헌
미주
찾아보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동아시아에서 소농사회가 성립함과 더불어 형성된 사회구조의 여러 특징은 종래 ‘전통’이라는 말로 일괄적으로 통칭되어왔다. 그리하여 전통과 근대,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에 좀 더 높은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는지의 구별은 있더라도, 이 둘을 대립시키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의 전제가 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첫 번째로, 전통이란 것은 동아시아의 오랜 역사에서 본다면 지극히 새로운 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이란 결코 아주 오래된 옛날부터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 14~17세기에 걸쳐 일제히 형성된 것이며 세계사적으로 보면 그것은 오히려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전통은 근대에 의해 해소되거나 소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이며 전통이라는 것의 대부분은 근대 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때로는 강화되기도 했다. 원래 전통이라는 것이 의식된다는 것 자체가, 그것이 소멸해 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의미 있는 것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오랜 기간에 걸친 사회변동을 거시적으로 볼 때, 그 최대의 분수령은 전근대와 근대의 사이가 아닌 소농사회 성립의 전후에, 달리 말해서 전통의 형성 이전과 그 이후 사이에 두어야 한다. 그리하여 1990년대 중엽이라는 현재의 시점은 동아시아 역사에서 소농사회 성립기에 필적하는 제2의 대전환기의 출발점에 해당된다.
매년 29.2명의 문과급제자가 배출되어 평균적으로 30년 생존했다고 가정한다면 어느 시점에서든 867명의 문과급제자가, 그래서 대략 계산하면 약 900명 정도가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900명의 자리를 둘러싸고 양반들이 경쟁했다는 것이 되는데, 그 경쟁률은 어느 정도였을까?
양반의 전체의 수를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전체 인구수를 1천만 명, 인구의 5~10%가 양반 가문에 속했다고 가정하면, 50만~100만 명이라는 숫자를 얻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과거 수험 자격이 없는 여성과 실질적으로 수험이 불가능한 어린 남자(17세로 문과에 급제한 것이 최연소 기록이다.)를 제외하면, 20만~40만 명 정도가 문과 수험 유자격자였다고 상정할 수 있다. 이들이 900명 중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경쟁한 셈이다. 얼마나 격렬한 경쟁이 벌어졌을 것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일본의 도쿠가와시대에 비유하면, 900명이라고 하는 최상층의 무사-300명 정도의 다이묘와 가장 유력한 하타모토의 수를 합치면 비슷한 인원수가 될 것이다-의 지위를 둘러싸고 수십만 명의 무사들이 경쟁을 펼쳤다고 상상해 보면, 조금은 실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물론 일본에서 최상층 무사의 지위는 세습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과거에 의해서 관료가 선발되는 조선사회의 양반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격렬한 경쟁이 장기간에 걸쳐 가능했던 이유는 일본의 전국시대와 같은 ‘무’가 아니라 ‘문’에 의한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심청』을 읽기 시작할 때 필자는 막연하게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16세기나 17세기쯤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아시아를 무대로 심청을 쓴다고 할 때 16~17세기가 가장 알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입견 탓일 것이다. 그 때문이었는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작가가 왜 19세기로 그 시기를 설정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앞에서도 언급했던 바이지만 심청이 편력을 가능케 한 것은 당시 국제적인 화폐의 흐름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화폐들은 거의가 은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은의 폭발적인 유통이 시작된 시기는 16세기였다. 당시 은의 유통은 아메리카 대륙과 일본 열도에서 은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가능해졌는데 그 은은 아시아, 특히 중국의 상품인 차, 생사, 비단, 도자기 등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수연(垂涎)의 대상이었던, 이 세계적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세계 화폐로서의 은이 지구를 돌아다녔던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세계 경제의 탄생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중략)
작가가 이 소설의 무대를 19세기 중엽으로 설정한 이유는, 구미의 존재를 중시하고 그것이 오늘날 동아시아의 많은 분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19세기 이후의 동아시아는 그 이전부터의 연속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작가가 전통과의 단절을 강조하고 더욱이 서양의 충격 이전의 시기를 심청으로 하여금 그립게 회상할 수 있는 시대로 묘사하는 시대 파악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