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해설 / 정연수
책 머리에

1
오월을 내려놓다
찔레꽃 폭포
그리움은 보랏빛이다
광릉 숲 눈나비 떼
햇살에 던져 버리고
초록을 불러들인다
밀물의 슬픔
비 맑은 날
초록 그늘
푸르게 서서
11월
2월에 봄을
당신의 안부를 묻다

2
커피가 식는 거리
넘겨지다
버드나무는 초서체다
낙엽에 밟히다
늦은 오후에
떠날걸 그랬어요
암호풀기
쑥부쟁이
그 사람이 내 시를. 읽는다
착각
미안함을 내려트리다
입술
빗소리 붉다
그해 여름

3
외포리 눈을 뜨다
신神이 되어 보면
초록심장
어쩌다 생각난 듯이
초승달 음계로 날아오르다
불편한 진실
숨은 그림
소란하다
아버지를 추억하다
눈 오는 오후
한 뼘 길
속도 제한
헛디딘 마음
늦가을 햇살을 버무리며

4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여행
사람과 나무
부드러운 소리는 모두 둥글어
홍유릉, 그곳에 가면
왕숙천에서 나란히
파도 앞에 서 보았다
햇살 사이로 난 길 따라
마현 사람
생의 바깥, 그늘진 길 위에서
나무건반
석공을 찾습니다
아리수의 꿈
희방사에 오르다
폐왕성지에서

5
봄강에 술잔 띄우다
아직 어린 봄
꽃 핀다 봄이 핀다
떠나가는 봄
푸른 비 초록세상
여름
여름이 수평이다
하늘의 눈썹구름 아래
가을 치악산에서
폭설
가창오리 떼
산 굽은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