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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지혜정원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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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홀로서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88994886060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1-07-20

책 소개

이탈리아의 여성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신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은둔의 작가로 더욱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의 대표작. 어느 날 갑자기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상실의 고통에 빠지게 된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여성심리소설이다.

저자소개

엘레나 페란테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다.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9년 첫 작품 『성가신 사랑』을 출간해 이탈리아 평단을 놀라게 한 페란테는 2002년 『버려진 사랑』을 출간한다. 에세이집 『프란투말리아』(2003)와 소설 『잃어버린 사랑』(2006), 『밤의 바다』(2007)를 출간한 뒤 2011년 ‘페란테 열병’(#FerranteFever)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출간한다. 이어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총 네 권을 출간해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2019년 이탈리아에서 출간한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2020년 9월 1일 전 세계 27개국에서 동시 출간되는 경이로운 이벤트를 한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HBO와 RAI가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했다. 『잃어버린 사랑』은 매기 질렌할 감독, 올리비아 콜맨 주연의 『로스트 도터』로 영화화되었고,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엘레나 페란테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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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옮긴이)    정보 더보기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인문·문학·예술·종교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재걸음』 『적을 만들다』 『60개의 이야기』 『금테 안경』 『눈물을 만드는 사람』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 『지구의 미래』 『깊은 곳의 빛』 『악령에 사로잡히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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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면서, 정성스레 화장하던 버릇이 사라졌으며 이웃들과 잘 지내기 위해 사용하던 점잖은 언어들을 잊어버렸다. 늘 빈정대는 투로 말하거나 꼴사납게 폭소를 터트리는 것으로 표현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차차 험악한 말들도 쓰게 되었다.
욕설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는 여전히 담담하게 위로할 방법을 찾고 있던 몇 안 되는 친구들에게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 외엔 쓸모가 없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마리오와 그의 창녀를 비웃고 욕하고 험담하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다. 그는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데, 나는 그에 대해 조금밖에 혹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견딜 수 없었다. 한 쪽은 맹인이고 다른 쪽은 스파이를 심어두고 하나하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레아 같은 배신자는 내 얘기를 몽땅 남편에게 고해바칠 거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가 어떤 타입의 여자와 눈이 맞았는지, 누구 때문에 나를 버렸는지, 대체 그 여자가 나보다 나은 게 뭔지? 이 모두는 스파이 짓을 하는 나쁜 친구들, 그러니까 불행한 사람을 멀리하고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자의 편에 서는 친구들의 잘못으로 여겨졌다. 나는 이러한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커플을 더 좋아했다. 새 연인들은 언제나 유쾌하고 밤까지 들떠 있으며 섹스의 포만감에 젖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들은 키스하고, 깨물고, 핥고, 빨고, 서로의 은밀한 부위를 맛보려고 홀짝거릴 것이다. 이제 마리오와 그의 새 여자에 대해 내가 상상하는 것은 오로지 그들이 어떻게, 얼마나 자주 그 더러운 짓거리를 할 것인가 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생각은 밤낮 할 거 없이 떠올랐고 나는 생각의 포로가 되어 자신에게 소홀했으며 심지어 씻지도 머리를 빗지도 않았다. 나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많이, 어떻게, 어디에서 섹스를 할까만 생각했다. 그러면서 얼마 남지 않았던 친구들도 나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고 떠나버렸다. 결국, 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절망 속에 외로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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