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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9546478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0-11-05
책 소개
목차
하순봉 칼럼집 차례
서문 __ 004
살며 생각하며-에나 이야기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 __ 013
말더듬이 철학 __ 015
MBC 뉴스의 현장과 앵커맨 __ 018
가난한 사람들 __ 021
곧게 산다는 것 __ 023
죽음, 산 자에게 의미 있어야 __ 026
사주풀이 __ 029
하늘의 뜻 옳은가, 그른가 __ 032
해우소 __ 034
하늘이 울어도 흔들리지 않는 참선비, 남명선생 __ 037
제자의 딸 __ 040
당신의 아내입니다 __ 043
리모콘 시대 __ 046
추운 겨울날 __ 048
식성이 좋은 남자 __ 051
누룽지 __ 054
한국의 귀신 __ 057
에나 이야기 __ 060
안 돼요, 안 돼요…… 돼요, 돼요 시대 __ 063
고향 가는 길 __ 066
물 보시로 극락 갑시다 __ 070
성년을 맞은 후배에게 __ 073
『명심보감』이 다시 필요한 세상-정치, 사회 이야기
『명심보감』이 다시 필요한 세상 __ 081
소의 해, 희망가 __ 084
100년 전 역사를 기억하자 __ 087
중도 강화론, 좌우를 뛰어넘자는 것 __ 090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과 우리의 대응 __ 093
북핵 위기, 특단의 대책 절실하다 __ 096
긴장 풀린 대한민국, 정부정책 혼선부터 막아야 한다 __ 099
한미 FTA 비준, 더 미룰 일 아니다 __ 102
불법폭력은 단호하게, 물류대란 꼭 막아야 한다 __ 105
무조건 국회 열어 국가 현안 처리하라 __ 108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__ 111
국민에게 희망 안긴 김연아의 금메달 __ 114
경제 위기보다 더 무서운 사회 위기 __ 117
이소연의 귀환과 우주 개발 __ 120
어린이날과 소파 방정환 선생 __ 122
어버이날에 일자리 유감 __ 125
노무현 정권의 위선을 고발한다 __ 128
일본 열도는 가라앉지 않는다 __ 131
300년 가훈 __ 134
프로크로스테스의 침대 __ 137
성찰 1990년 __ 140
고객만족 생활정치 __ 143
정치와 고독 __ 145
성숙된 정치 __ 147
거짓말에 관대한 사회 __ 150
선거는 축제다 __ 153
그래도 희망은 있다-경제, 민생 이야기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얘기하자 __ 159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한국경제 희망 있다 __ 162
국가 브랜드 대한민국 __ 165
녹색뉴딜을 지렛대 삼아 머리 맞대면, 일자리 창출 못할 게 없다 __ 167
천만 명 고용 위기, 정책수단 총동원하라 __ 170
일자리 창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__ 173
신 성장동력, 녹색이 돈이고 일자리다 __ 176
경제지표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히 경제의 봄을 맞을 준비를 하자 __ 179
IT 강국 위상 되찾아 위기 이후 시대를 준비하자 __ 182
위기 극복은 기업가 정신으로 __ 185
경제 위기 극복, 아직 멀고 험하다 __ 188
초대형 인플레, SOC 투자로 유도해야 __ 191
분기점의 한국 경제, 투자에 달렸다 __ 194
이 가을, 이 산하에 우리는 아직도…… __ 197
산행, 때로는 불편해야 한다 __ 200
실버 디스코 테크 __ 202
아쉬운 장인정신 __ 204
천재는 하인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__ 207
미국의 백만장자 __ 211
120만 원짜리 잠옷 __ 213
역사는 강물을 타고 __ 216
수록문 출처 __ 221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문
모든 자식(子息)이 다 그러하겠습니다만, 저도 아버지 하순봉(河舜鳳) 박사를 누구보다 존경합니다.
아버지는 평생을 언론과 정계에서 활동하셨습니다. 지금도 경영이 어려운 한 지방 언론사를 맡아 애를 쓰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큰 감투를 누리시거나 많은 부(富)를 이루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저에게 가난하지만 깨끗하게 살아가는 ‘선비의 길’을, ‘청빈의 가치’를 강조하셨습니다. 늘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시면서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꿈꾸셨습니다. ‘자기를 버리고 서로에게 애정을’, ‘미움을 버리고 화해를’, ‘욕심을 버리고 자성을’, 그리고 ‘억압을 버리고 자유를’ 향해 노력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그 뜻은 저에게 더없이 큰 무형의 자산으로 남아 삶의 길잡이가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누나와 저, 일 남 일 녀를 두셨습니다. 우리 남매는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저의 매형이 마흔다섯 젊은 나이에 타계하고 말았습니다. 동경대학 의학박사인 매형을 아버지는 무척 자랑스러워하셨고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사위를 먼저 보낸 애통함이 무척 컸던 것 같습니다.
매형이 살아 있을 때, 매형과 저는 아버님 고희 때 무엇을 해 드릴까 생각하다, 아버지가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 방송을 통해 남기신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가 쓴 글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 제기됐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을 쓴 시점과 책이 출간되는 시점 차이로 인해 다소 지나간 일들에 대한 내용도 있으나, 주요 쟁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견해로 짚어 두어야 할 내용들이라 가능한 한 원문 그대로를 실었습니다.
아버지는 꽤 여러 곳에서 원고 청탁을 받으셨습니다만, 평소 자신은 글재주가 없다고 많이 사양하셨습니다. 남기신 글들도 상당히 분실되어 그나마 일부 언론을 통해 남겨진 글들을 위주로 책을 엮었습니다.
아버지의 가슴에는 항상 대한민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꿈꾸시는 대한민국을 아버님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해 봅니다. 누구나 바라듯이 아픔이 없는, 슬픔이 없는 그런 반듯한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그려집니다. 여러분께서도 아버지가 꿈꾸시던 대한민국을 한번 보시라고, 하순봉 칼럼집 『나의 작은 대한민국』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아무쪼록 글 속에 스며 있는 저의 아버지, 하순봉 박사의 휴머니티를 다소나마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2010년 가을, 딸 정민과 함께 아들 종훈 올림
말더듬이 철학
어린 시절 남다르게 뛰어나거나 뒤떨어진 점이 있었다는 것은, 뛰어나면 뛰어난 대로 뒤떨어지면 뒤떨어진 대로 그 어린 시절을 나름대로 의미 있게 수놓는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말더듬이였다. 의사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그러한 시골 소년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말더듬이와 상당히 긴 시간의 싸움을 하며 지냈던 셈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말더듬이는 심리적 원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인구비율로 보면 전체 인구의 1% 내외이고,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많고 그 비율은 1대 6 정도라고 한다.
나의 경우 말을 더듬게 된 계기가 좀 특이하다. 아마 다섯 살 때로 기억이 되는데, 이웃에 살던 나보다 큰 아이가 말 더듬는 것을 계속 흉내내다가 나도 모르게 심한 말더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심한 말더듬이 증세는 고등학교까지 계속되었고, 대학에 들어가서야 겨우 고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말더듬이로 보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그것을 극복하고자 이를 악물었던 말더듬이 십수 년 간의 세월은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시간들이다.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먼저 하려고 했고, 가능한 한 말을 적게 하려는 습벽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어린 나이지만 세 치 혓바닥 하나 제대로 놀리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를 생각했다.
유태인의 정신적 지주로 흔히 구약성서와 탈무드를 든다. 특히 이 탈무드는 조국을 떠난 유대인의 생활 지침이자 구전 율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리하여 생활이나 신앙의 기초로서 유대인 전체에 지대한 권위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탈무드를 보면, 신중해야 할 사람의 혀 놀림에 관한 의미심장한 교훈이 있다.
행상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인생의 비결을 살 사람은 없습니까?”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랬더니 인생의 비결을 사기 위하여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 중에는 유태교 성직자 랍비도 몇 사람 있었다. “제발 그 인생의 비결을 내가 삽시다” 하고 사람들이 졸라 대자,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을 참되게 사는 비결은 자기의 혀를 조심해서 쓰는 일이오.”
한마디로 어릴 적 말더듬이가 나중에는 내 인생의 좋은 약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언론계에 몸을 담고 있던 시절 TV 앵커로 뉴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나의 어린 시절을 아는 많은 분들이 손에 땀을 쥐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저 친구가 말을 더듬지나 않을까 하고 지켜보았다고 한다.
영국이 낳은 세기의 걸출한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윈스턴 처질 경도 어릴 적 말을 많이 더듬었다고 한다. 예민한 시절 말을 더듬는다는 것은 충분히 자신을 비하시키고 용기를 잃게 하는 열등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을 알차게 설계했던 처칠의 교훈은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삶의 보배가 되고 있다.
의전 단상에서 마이크만 잡으면 먼저 흥분하고, 발언 시간이 지나 발언을 통제하는 것이 적지 않게 눈에 띄는 우리 정치 풍토에서,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고 말을 아낄 줄 아는 그런 자세가 정치인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말더듬이 철학은 아직도 내게 소중한 삶의 지침이 되고 있다.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