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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5593424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0-12-10
책 소개
목차
1부 길 안의 길을 걷다
용호농장을 떠나보내며 / 영국사 은행나무 / 십이월 송광사, 길 안의 길을 걷다 / 꽃의 고요, 봄의 소란 / 옥비의 달 / 시는 복수의 칼 / 장철수 동해 용오름 / 향파의 누이 / 성지곡을 드나들며 / 송몽규의 알려지지 않은 밤 / 안용복 장군 충혼탑에 마음을 얹은 사람들 / 이름값 제대로 하기 / 지역문화를 해치는 독 / 가을을 몰고 달리는 남자들 / 교만과 아첨 / 고촌유물관을 향한 바람 / 권환의 절명 수필을 읽으며 / 부산 사람의 장영실 대접
2부 노을의 무게
새벽빛에 서다 / 노을의 무게 / 시인의 아내 / 마중물 / 바자회 / 가을 운동회 / 늦게 배운 운동 / 려증동 선생이 쓴『배달겨레문화사』/ 경부선 또는 서울부산철길 / 택시 기사와 대학 강사 / 하루의 처음과 끝 / 환산 이윤재 선생의 길 / 골굴암의 달 / 대구의 섬 / 강바구에 김명입니더 / 문학 축전의 개발과 육성 / 원로의 덕목 / 한국역사용어연구회 / ‘문학의 해’와 문학자본
3부 헌책방, 홀로 가라앉은 먼지의 마을
책읽기를 권하며 / 옛 문헌에 새로운 관심을 / 묘한 헌책방 / 두 십 년의 뒷자리 / 헌책방, 홀로 가라앉은 먼지의 마을 / 책꽂이 사잇길로 걸어가면 / 려증동 선생이 지은『배달겨레 노래말』- 내 애장서 / 크고 우뚝한 나무는 너른 그늘 / 헌책방이 사라지고 있다 / 어떤 웃음 / 이웃 복 / 낡은 책상 하나 / 그 먼 나라 / 공간의 정치학 / 새로운 세기의 첫해를 보내면서 / 겨울 진달래꽃 / 가을과 시간 / 자화상
4부 오월 왕벚꽃 진 자리
이민을 떠난다는 누이 / 그리 클 까닭이 없을 터인데 / 경남문학관을 세운다고? / 회고록을 남기는 사회 / 오월 왕벚꽃 진 자리 / 십이월의 하늘을 꿈꾸며 / 모난 사람에게 미래가 있다? / 경상남도는 있는가 / 문화행정의 문제와 통영·거제지역 / 경남문학관 건립에 따른 세 가지 공개 질의 / 경남문학관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 너그러운 문화, 너그러운 사회 / 한국문인협회의 뿌리와 지역문단 / 소지역 신문에 대한 걱정과 바람 / 경남지역과 한글사랑의 전통 / 지역 만들기와 역사문화 담론 / 경남의 근대문학과 부왜활동 / 지역 예술 축전의 주인과 손님 / ‘지역문화의 해’에 거는 기대
5부 강, 그 살과 뼈 그리고 칼
눈썹 위에 놓인 겨울 바다 / 황강 구비구비 날개 편 고을 합천 / 강, 그 살과 뼈 그리고 칼 / 가야산, 낙동강 들품을 불러들이는 하늘 연꽃 / 산을 지고 바다를 품은 예향 마산 / 권환의 나날을 향하여 / 이육사의 기러기 / 태화강을 내려다보며 / 황강 물굽이를 뒤돌아보며 / 김해들, 농경문화의 옛날과 오늘 / ‘경부선’이라는 일컬음의 잘못에 대하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봄은 잔인하고 봄은 사납다. 봄의 고요는 뱃가죽으로 흙 속을 기는 긴 뿌리의 고된 낙차다. 봄을 봄답게 하는 것은 아우성이며 절규다. 솟구쳐 오르기 위해 온힘을 다해 자신과 싸우는 시. 산과 들, 강과 골짝으로 돋아나는 이 뜨거운 느낌표들이 젊음인가. 그 혁명과 좌절의 보부상이 봄바람인가. 삶은 소란스럽고 꽃은 고요하다. 삶은 고요하고 꽃은 소란스럽다. 아니다. 삶도 꽃도 다 소란스럽다.
헌책방은 도시 안에 가라앉아 있는 먼지의 마을이다. 웅숭 깊은 먼지의 길이 있고, 먼지의 가족이 모여 산다. 놀라움과 설렘을 온몸에 아로새긴 채 켜켜로 떠다니는 빛과 어둠의 일터가 있다. 사라져 버린 옛 숲의 물소리가 맞바람을 일으키는 종이 담장이 낮다. 밤늦도록 환히 등불을 밝혀 둘레 풍경을 제 속으로 끌어안는 활자의 다락방이 있다. 왜 그 마을로 가는 걸음은 늘 조바심쳤을까. 문이 닫혀 어쩌면 들어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시달렸을까. 나는 어느새 완연히 날 저문 그 마을 바깥을 서성거린다. 쓸쓸한 일이다
책은 이미 지나간 시간 자리에 놓일 따름. 거기서 새로운 삶을 읽어야 한다. 옛날에서 오늘과 앞날을 더듬어야 하는 비합리가 보인다. 그러니 핵심은 살아 있는 이의 마음이다. 숱한 책 사이 관계 맺기란 쉽지 않다. 또 책은 오갈 데 없이 상층 문자문화다. 그 아래 더 넓게 자리하고 있을 구술문화와 관계 맺기, 더 밑 너른 세상 바닥까지 헤아릴 일이 어찌 만만하랴. 게다가 책 위로 무한히 펼쳐질 상상의 세계. 책을 벽지로 삼고 사는 나날일지언정 나는 늘 그런 다층적인 세계에 든든하게 뿌리내리고 서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