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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소설론
· ISBN : 978899566938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06-10-02
책 소개
목차
1부 중첩된 역사의 무게
2000년대식 소설다움의 가능성
실패한 혁명에 대한 예술적 상상력 - 황석영, 서정인
깨어진 역사, 다시 쓰는 역사 - 안정효, 전성태, 전혜성, 김탁환
근대의 빛과 탈식민의 윤리 - 황석영, 방현석, 이윤기
전쟁 신화의 오래된 그늘 -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2부 흐르는 욕망의 흔적들
그림자 사나이의 '틈'에 대한 악몽 - 김영하론
폭력적 상상력 속에 맺힌 이성의 핏자국 - 천운영론
통속의 허공 속에 그린 그림 - 공지영론
'즐김'과 '존재함'의 사이길 - 성석제론
시간의 틀을 짜는 거미 여인의 외출 - 김형경론
회상의 역사, 그리고 우울한 죄의식 - 김소진론
지독히도 부끄러운 이방인의 기도 - 김승옥론
3부 일상을 응시하는 눈
탐식, 폭력, 제3의 성 - 천운영
수다스러운 自學 - 배수아
저열한 공포의식의 수수께끼 - 조명숙
통속의 시선들, 다성적 목소리들 - 천운영, 이현수
가난, 환상, 그리고 기묘한 동거 - 류은경, 김애란, 김경욱, 우선덕
사이에 머물러 소설을 쓰다 - 임철우 인터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그의 가슴에 새끼 손가락만한 바늘을 하나 그려주었다. 티타늄으로 그린 바늘은 어찌 보면 작은 틈새 같았다. 어린 여자아이의 성기같은 얇은 틈새. 그 틈으로 우주가 빨려들어갈 것 같다.(<바늘>, 33쪽)
'나'는 전복을 전제로 한 힘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 힘을 여성성의 환유적 형상으로 표현하는데 더 이상 여성의 신체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남성의 육체 위에 새겨진 '우주'로 비화된다. '나'의 이러한 자각은 성적 정체성의 위기와 거짓 삶에 길들여져온 여성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여성성의 한 국면들, 완전히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획득할 수 없는 다가치적 사회 환경 속에서 강한 것, 살을 압도하는 힘에 대한 무의식적인 지향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빈약하고 우유부단한 남성들이 가지고 있던 소품이 아니다. 성적 담론을 규율과 억압으로 구성하는 소극적인 힘이 아니라, 저항과 탈주라는 새로운 성 담론의 역사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무기이다.
그렇다면 성적 정체성은 선택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으면 생명 본질의 문제인가? 천운영 소설은 남성성과 구분하지 않으며 단지 강요디었거나 소유할 수 없는 '성적 취향'에 대해서 사유할 뿐이다. 성적 욕망은 더 이상 달콤한 쾌락을 꿈꾸지 못하고 불쾌한 피냄새를 추적할 뿐이다. 이러한 포르노그라피적인 실천은 스스로의 성적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획득하거나 소비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깄기 때문에 가능하다. 더 이상 성의 전환을 꿈꾸는 자들을 억압할 논리가 없는 것이다.
- 본문 254쪽, '탐식, 폭력, 제3의 성 : 천운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