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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5791424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서문
겨울 숲에서 - 김종길
삽 - 정진규
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 최하림
초상화가 좋다 - 유안진
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사랑 - 조오현
소금창고에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 - 이건청
눈 내리는 온정리 - 오세영
이제 일어서라, 과나코를 찾아서 - 강은교
화살 노래 - 문정희
나무 위의 집 - 노향림
단 두 줄 - 조정권
국화 - 이하석
저 산의 녹음 - 신달자
자전거 - 김명인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 - 김승희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 - 한영옥
흙 묻은 손 - 이준관
혼자 먹는 밥 - 송수권
길에 누워 입는 입 - 이영춘
수 백 만개의 공놀이 - 최동호
집에 가고 싶다 - 이상국
눈물이 없다 - 송재학
정선 - 이성복
지평선 - 김혜순
뱀 - 손종호
구름 마을 - 박태일
오래전 길을 떠날 때 - 남진우
정말 느린 느림 - 이문재
땅바닥에 누워 - 김완성
꼭지 - 문인수
7월, 넝쿨장미, 사랑 - 김경미
문득 나무 그늘 아래 저녁 눈 내릴 때 - 박주택
우리의 아침은 - 고진하
등꽃 그늘 아래 - 장옥관
나무칼 - 허혜정
사이의 새 - 정끝별
버스 - 김기택
존 말코비치 되기 - 나희덕
숨결 - 이희중
지하철은 참 신기하다 - 차창룡
카바레 드 자사생 - 박정대
전생 - 이선영
벚꽃 - 이윤학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 이진명
구름 저편에 - 조용미
놓친 구름 - 최정례
황사를 들여다보다 - 맹문재
창문을 떠나며 - 박형준
백양나무 숲에 들어 - 고두현
머리맡에 대하여 - 이정록
만년필 교환하기 - 강신애
나는 돌아가 악동(惡童)처럼 - 문태준
우리 함께 행진을 - 이장욱
추석(秋夕) - 장철문
오래된 객지 - 김수우
세인트 헬레나 섬의 오월 - 김 참
우는 아이 - 이현승
동굴의 역사 - 권혁웅
색경(色經) - 박종국
정오 - 배용제
겨울 강가에서 - 고찬규
수박 - 손택수
여름에서 여름으로 - 신해욱
은사시나무 길, - 유홍준
가로수 관리인들 - 김행숙
갈대 등본 - 신용목
잘못된 기록 - 여태천
죽음의 나날 - 방민호
무서운 속도 - 장만호
카페 재클린 - 곽효환
소멸의 초읽기 - 장석원
네 얼굴은 불빛 아래 - 하재연
아이스링크 - 이근화
친구들 - 박원
드므 - 정다운
늙은 호수 - 박미산
책속에서
삽 -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 무덤 하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 젖은 먼지 내 나는 내 곳간, 구석에 기대 서 있는 작달막한 삽 한 자루, 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볼 작정이다 삽, 오늘도 나를 염(殮)하며 마른 볏짚으로 한나절 너를 문질렀다
드므 - 정다운
고무 다라이를 끌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그 동네엔 빨래터가 있어서 엄마는 자리 맡으라고 먼저 보냈었지만 발로 깨놓은 얼음 다시 설설 아무는데도 아무도 올라오지 않길래
불길이 집 안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나간 뒤 여자는 제 집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는데 그리고 문을 닫아버렸다는데, 다라이에는 양말 수 켤레 바람 든 비누 한 쪽 나는 질질 끌면서 엄마를 찾아 뛰어들어가고
아직도 다라이에 물 받아 얼굴을 씻는다 드므, 라는 넓적한 독 불귀신은 장난하러 왔다가 거기 비친 제 얼굴을 보고 도로 달아나버린다지 그 독 안에는 물, 물이 아니라 거울, 머리를 담글 때마다 불에 욱어버린 얼굴이 잠깐 보인 것도 같고
한 독 언 물로는 도무지 끌 수 없었던 그 골목의 방화 ― 몹시 짖던 벽사(?邪)의 개처럼, 파랗게 눈을 켜고 으르렁거리는 밤이면 얼굴에 오려붙인 엉덩잇살은 혼자 놀라 일그러진다, 꽝꽝 언 한 겨울의 드므
* 드므 : 방화수(防火水)를 담아두던 넓적한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