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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589805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08-08-1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날이 어두워질 즈음이었다. 갑판 승강구에서 보초를 서던 어업노동자가 구축함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서둘러서 '똥통'으로 뛰어들었다.
"아뿔싸!"
학생 하나가 용수철처럼 뛰어 올라왔다. 차츰 얼굴색이 변해갔다.
"착각하지 마."
말더듬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여기 우리의 상태와 처지, 그리고 요구 등을 사관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여 도움을 받으면, 오히려 이 파업은 유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 당연한 거야."
다른 사람도 ‘그건 그렇다’고 동의했다.
"우리나라의 군함이다. 우리 국민의 편일 게 분명해."
"아니야, 아니야……."
학생은 머리를 흔들었다.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말조차 더듬었다.
"국민의 편이라고? 아니 아니야."
"바보처럼 굴지 마! 국민의 편이 아닌 우리나라 군함이라는, 그런 이치에 안 맞는 일이 어디 있겠어."
"구축함이 왔다!"
"구축함이 왔다!"
모두의 흥분이 학생의 말을 우격다짐으로 깔아뭉갰다. 다들 어디어디 하면서 '똥통'에서 갑판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난데없이 '우리 군함 만세'를 외쳤다.
뱃전사다리 앞쪽에는 얼굴과 손에 붕대를 감은 감독과 선장이 마주하고, 말더듬이, 시바우라, 뻐기지 마, 학생, 선원, 보일러공 등이 서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구축함에서 작은 함선 세 척이 나와서 본선 옆으로 붙었다. 첫 번째 함선엔 열대여섯 명쯤 수병이 가득 타고 있었다. 그들이 한꺼번에 뱃전사다리를 올라왔다.
아! 착검을 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모자의 끈을 턱에 걸고 있지 않은가!
'당했다!'
말더듬이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 본문 174쪽 중에서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두 사람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한껏 기지개를 켜듯이 몸을 늘여가며, 바다를 껴안고 있는 하코다테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업노동자는 손가락에까지 닿도록 피운 담배를 침과 함께 내뱉었다. 담배는 재주를 부리듯 빙글빙글 몇 번을 돌며, 위쪽 뱃전을 스칠 듯 말 듯 떨어졌다. 그의 몸에선 술냄새가 물씬 풍겼다.
- 본문 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