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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6006565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폭력과 함께한 어린 시절
담배를 피우는 아홉 살 소년 | 제발 때리지 마세요|첫사랑 | 후지노 선생님의 비밀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 붕괴
2 싸움으로 이름을 떨친 다음 폭주족으로
부모의 이혼 | 폭주족이 되다 | 고등학교 중퇴|뒷골목 세계로 들어가다 | 첫 번째 체포
3 폭주, 공갈, 싸움, 폭음
Y회를 결성하다 | 두 번째 체포 | 감방에서 만난 사람들
4 양지에서 창업을 하다_00
달랑 삽 몇 자루로 | 각성제의 공포 | 시행착오|두 마리 토끼를 좇다
5 음지에서 빠져나오는 고통
유한회사를 세우다 | 살인사건 | 두문불출의 나날
6 정진 또 정진
고독한 시작 | 끝까지 가야 할 길|‘아버지처럼은 되지 않겠다’는 게 내 꿈이었다
7 진정한 사랑을 알다
인정해주기 | 사랑을 알게 된 날 | 새로운 시작|아버지와의 재회 | 나의 꿈
에필로그
저자 후기 현재진행형의 우리, 그리고 이후
책속에서
그 인간, 아버지는 공포 그 자체였다.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 있더라도 현관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는 소리가 나면 나는 눈이 번쩍 떠졌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오는 기척이 2층에 있는 우리 방까지 또렷하게 전해졌다. 현관 앞에서 멈춘 발소리, 문 열리는 소리, 구두를 벗어던지는 소리, 복도를 걷는 소리. 그 소리에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때문에, 나는 하나 잘못한 것 없이 이불 속에서 몸이 뻣뻣해져서는 숨을 죽인 채 누워 있었다. 배신당할 걸 알면서도 땀이 밴 손을 그러모아 기도를 했다. ‘오늘 밤에는 싸움이 안 일어나게 해주세요.’ ― 본문 21쪽
검정 필름으로 선팅한 프레지던트나 벤츠 AMG 사이로 조그와 DJ1이 미끄러지며 빠져나간다. 뒤꽁무니에는 불량배 녀석들도 참가했는지 차체가 낮은 미국 차도 몇 대 눈에 띄었다. 이제 마흔 대가 넘었다. 앞뒤로 늘어선 대열이 개미군단을 연상시켰다. 축제 행렬로 착각한 걸까. SR과 TW에 탄 일반인도 대열 속에 끼어 있었다. 우리 멤버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와, 저거 봐!”
운전석의 고가 소리를 질렀다. 경사진 길을 달리던 CBR의 로켓카울이 속도와 진동에 못이겼는지 팍하고 떨어져나갔다
“멍청한 놈.”
차 안이 웃음소리로 요동쳤다. 쇳덩어리가 지면에 충돌하여 굉음을 냈지만 수십 대에서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이내 묻히고 말았다. 떨어져나간 카울은 처량하게도 뒤에 오는 대열에 짓밟혀 눈 깜짝할 사이 박살이 나버렸다. ―본문 87~88쪽
‘죽으면 편해질까? 이대로 그냥 죽어버리면 동료들도 나도 편해질지 모른다. 죽을까? 그래, 죽자.’
죽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전차에 뛰어들기,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기, 목매달기, 치사량의 각성제 맞기…….
죽은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피범벅이 돼 전차 차체에 들러붙은 내 살덩어리. 아스팔트 위에 짓이겨진 내 머리통. 천장에 매달려 축 늘어진 내 몸뚱이. 졸려 매인 내 목. 흰자위를 드러내고 입네서 거품을 토하며 스러져 있는 내 몸…….
다음 순간 떠오른 광경은 내 어릴 적 사진이었다. 아스라한 빛으로 바랜 사진과 가난했던 시절의 가족이 떠올랐다. 잡초가 무성한 정원에는 녹슨 물뿌리개가 뒹글고 있고, 바람 빠진 축구공을 안은 유지 옆에 내가 있다. (……) 그 눈빛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가슴이 옥죄어오며 고통스러웠다. 그런 눈빛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동료들과 그들의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 여기서 죽을 수 없다. 포기해선 안 된다. 난 살아야 한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죽는 건 어렵지 않다. 죽는 건 한순간이다. 어떤 상황이든 책임을 지고 계속 살아가는 편이 훨씬 어렵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그걸 하고 나서 죽어도 늦지 않다. 전력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놓고 죽는 거다. 그래, 아직 죽기엔 이르다.’
그런 맘이 들자 어디에 그런 기운이 남아 있었는지 몸에 힘이 가득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본문 156~1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