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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96121060
· 쪽수 : 251쪽
책 소개
책속에서
어느 화창한 아침, 기차 안에서 마틸드와 나는 서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파리를 떠나는 거야. 멀리 가는 거라고.”
“우리 둘 다 사회에서 아첨이나 하고 비굴하면서 오만한 파리 사람으로 전락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영혼을 구해야 해”- 16쪽 중에서
마틸드와 나도 낭만적인 연애 시절을 갖긴 했지만, 우리 두 사람은 페론에서 지내며 진정으로 마음과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패론, 우리 둘 만의 무인도. 로빈슨 크루소가 스페란자 섬에 애착을 보이듯, 마틸드와 나도 페론에 남다른 애착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추억이 얽힌 페론을 떠나야만 했다. 미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감각해질 필요가 있었다. - 18쪽 중에서
일요일 아침이었다. 마틸드가 악몽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된 나는 안아주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벌떡 일어나더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담고 있었다. 나 자신이 그녀에게 공포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난 그녀에게 혐오스런 존재였다. 난 문어 같은 존재였다. - 19쪽 중에서
"우리가 함께 보낸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어. 내가 얼마나 행동을 잘못했는지 알겠더군. 당신을 정신적으로 학대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난 작가로 승승장구했지만 당신은 시들어갔어.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정말로 잘못되었어......“ - 85쪽 중에서
쥘리앵과 휴가를 보내면서부터 난 실어증 환자처럼 말없이 오래 있곤 했다. 쥘리앵과 내가 없으니 마틸드는 파리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들 쥘리앵과 내가 아무리 끈으로 몸을 묶고 버텨도 우리 가족의 배는 침몰했다. - 115쪽 중에서
"서로 몸을 맡기기로 할 때는 단순히 이성적인 결정만으로 되는 건 아냐. 사랑에는 위험이 따르지. 규칙을 따를 필요 없어. 난, 당신이 내 아내가 되었으면 좋겠어.“
“우린 서로 묶여 있어. 다만 요즘 난 숨 쉴 공기가 필요해......” - 163쪽 중에서
"왜 우리는 언제나 다른 곳을 바라보고 싶어했을까?“
“서로에게 만족을 못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해서 우리가 12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살았을까?” - 191쪽 중에서
정말로 사소한 일로 사랑이 끝나는 법이다. 하늘에 헬륨 풍선이 계속 떠 있듯이 사랑도 계속 멈춰 있는 건 아니다. 사랑은 사그라지는 법이다. 사랑이 사그라지지 않으면 사랑이 영원히 사라져도 눈치 채지 못한다. - 243쪽 중에서
사랑의 슬픔을 겪자 마찬가지로 나도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여자들이 내 주위를 도는 게 아니라 내가 여자들 주위를 도는 거였다.
갑자기 내 오감이 열렸다. 세상이 다르게 보이다니, 몇 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갑자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감기면서 내 욕구, 내가 빼졌던 우월한 여성들과의 접촉을 통해 겪은 마음의 번뇌가 사라져갔다. 지금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 24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