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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292869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15-05-01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제1부 사건, 사고 편
각좆전문 장사치로 전락한 귀머거리 교관
개와 간통한 여인
기녀에게 꺾인 선비의 지조
늑대남편 길들이기
도적의 사위가 된 수재
말을 함부로 하면
망령의 아이를 낳은 여자
목을 매는 여인
바보 남편과 말괄량이 아내
뱀을 먹는 사나이
뱀을 부리는 사나이
벌을 구해준 선비
불가사의한 미인의 머리
사나운 아내
세상에서 가장 교활한 짐승
술벌레
아름다운 하녀
악처의 최후
알 수 없는 송장의 정체
알 수 없는 여인의 행방
야합(野合)으로 맞은 후처
약도 정도에 맞추어
어처구니없는 탐관오리의 죽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유령이 데려간 어머니
이리를 잡은 돼지 백정
장난도 지나치면
조강지처를 버리면
진정한 공복(公僕)
진정한 우정
천생연분의 부부
투명한 아이를 낳은 여자
하늘이 내린 수명
하룻밤에 일어난 세 건의 살인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죄
제2부 역사인물 편
누가 살인범인가?
대장군의 여러 징조
똥을 먹는 부처님
세 사람의 구원자
쌍과부의 재판
은을 싼 보자기-치천현 살인사건 ①
우물 속의 시체-치천현 살인사건 ②
우의(牛醫) 살인사건의 전말
죽어서 제 꾀에 넘어간 조조
천궁을 다녀온 사나이
제3부 판타지(환상) 편
고자의 혼인
구렁이의 요정
기막힌 삼각관계
나도 도둑이오
남편의 사랑을 독점하는 술법
너무 솔직한 게 죄
동정호의 러브 스토리
돼지가 된 마누라
뱀과 정을 통한 사내
보지화상의 영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사위로 맞은 원수
아니, 벌써 인터넷에 떴더냐?
아랫입도 윗입이 편해야
애첩의 털과 바꾼 탐관오리의 재산
여보, 쥐가 왔어요!
여우를 물리쳐 이기는 법
엽기 낭자전
음탕한 다섯 짐승 이야기
자식새끼가 웬수
저승에서 만난 친구
지옥에 다녀온 소금장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밤이었다. 밤새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다 못한 여인은 아무래도 마당가에 묶여 비를 맞고 있을 흰둥이가 걱정되어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비를 맞고 있는 흰둥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 아래에 재웠다. 그런데 그날 이후 흰둥이는 밤만 되면 방문 앞에 다가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용을 썼고, 여인도 그만 그날 이후부터는 아예 흰둥이를 방에서 재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방안의 잠자리에 익숙해진 흰둥이는 침대 위로 뛰어오르기가 예사였고, 여인 또한 그런 흰둥이가 귀여워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흰둥이가 잠든 여인의 맨몸을 핥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은 벌어졌다. 여인은 흰둥이가 자신의 속살을 핥을 때 전해오는 아랫도리의 그 짜릿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종내는 그 짐승에게 엉덩이마저 내주는 수간(獸姦)의 사이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일 년 가까이 지난 어느 날, 그러니까 남편이 흰둥이에게 목덜미를 물려 죽던 날 밤이었다. 개를 데려다 놓고 일 년 가까이 집을 떠나 있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가에 놀고 있던 흰둥이는 남편을 보자 반가워 꼬리를 치며 두 발로 뛰어 올랐다. 일 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흰둥이는 자신의 주인인 장사꾼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 밤이었다. 실로 일 년 가까이 떨어져 있던 남편은 밥상을 치우기가 무섭게 침대 위로 올라가 서둘러 아내의 옷을 벗겼다. 한껏 달아오른 여인도 알몸이 되자마자 그대로 양손을 짚고 허리를 구부려 자신의 엉덩이를 남편에게 들이밀었다. 말하자면 계간(鷄姦) 즉 비역질의 체위였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당신 웬일이야? 전에는 이렇게 한 번 해보자고 해도 요리조리 엉덩이를 돌리며 부끄러워만 하더니?
그러나 여인은 말없이 양팔을 구부리고 어깨를 낮추어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동안 흰둥이와의 습관이 남편을 상대로도 그만 은연중에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한껏 고조되어 여인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여인이 자신의 엉덩이 사이가 꽉 조여 오는 느낌과 동시에 어디선가 크르릉 대는 흰둥이의 소리를 들었다 싶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개와 간통한 여인」중에서
그로부터 얼마 후 마침내 왕 노파의 아들이 돌아왔다. 방문 앞에 다가선 그는 방안에서 들려나오는 수상쩍은 소리에 잠시 멈칫거리다가, 급기야 문틈으로 귀를 바짝 가져다 들이대었다. 그때 한창 절정에 다다른 듯한 아내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아주 생생하게 들려나왔다.
아이고, 나 죽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왕 노파의 아들은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거꾸로 치솟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어져 버린 그는 돌아서서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방문을 냅다 걷어차며 뛰어들었다. 그 바람에 놀란 여자가 소리를 치고 일어나자 동은 재빨리 일어나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그 순간 왕 노파 아들의 칼이 동의 가슴 속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잠시 후 며느리의 비명소리에 놀란 왕 노파가 등불을 들고 들어서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동을 보고 기절을 할 듯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그러다가 벌거벗은 몸을 양팔로 싸안고 침대 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던 며느리를 본 왕 노파는 한순간에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네 이년. 이게 무슨 짓이냐?
그러더니 노파는 아들을 붙들고 바깥으로 나와 말했다.
간통의 현장을 잡고서도 사내만 죽여서 어쩌자는 게냐? 간부(姦婦)는 그냥 살려 두자는 셈이냐?
그러자 아들은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이미 숨진 동의 가슴에서 칼을 빼들었다. 그 순간 여자가 침대에서 뛰어내려와 남편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하지만 왕 노파의 아들은 아내의 목에다 다시 칼을 푹 쑤셔 넣고 말았다.
-「하룻밤에 일어난 세 건의 살인」중에서
그 사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정신을 되찾은 곽은 눈을 떴다. 그러나 사방이 깜깜하여 어디가 어딘지 도대체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반듯이 누운 채 손으로 주위를 더듬어 보았다. 손에 닿는 건 모두 비단결 같은 이불과 낯선 물건들뿐이었다. 자신의 방이나 서재가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다가 곽은 그만 한순간 소스라치듯 놀라 몸을 움츠러뜨렸다. 바로 옆자리에 누가 함께 누워 있었던 것이다.
옆에 누운 사람은 분명히 여자였다. 그 동안 아주 기분 좋은 냄새가 코를 간질여서 곽은 이게 무슨 냄새일까 하고 의아해했는데, 여자의 몸에서만 나는 바로 그 특유의 냄새였던 것이다. 놀란 곽은 잠시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웠다가 자신과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운 여자의 몸에 가만히 손을 대어 보았다. 여자는 아주 얇은 속옷 하나만 몸에 걸치고 있었는데, 피부가 마치 기름처럼 매끈하여 자신의 마누라가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곽은 용기를 내어 한 번 말을 걸어 보았다.
당신은 누구요?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여자는 대답대신 갑자기 훅, 하고 뜨거운 입김을 내뿜더니 그만 자신의 목을 끌어안고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런 여자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곽의 아랫도리는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곽은 급해졌다. 그러나 곽보다 더 다급하게 굴어대는 쪽은 오히려 여자였다. 상대방 몸의 변화를 알아챈 여자는 갑자기 배 위로 올라와 앉더니, 자신의 엉덩이를 엄청나게 부푼 곽의 아랫도리에 깊숙이 파묻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엄청난 힘으로 요동을 치다가, 끝내는 그만 걷잡을 수 없는 신음소리와 함께 곽의 배 위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정체도 알 수 없는 여자와 살을 섞고 난 곽은 한동안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한 차례의 폭풍이 몰아쳐 지나간 후 여자는 기름처럼 매끈한 팔과 다리로 곽의 몸을 꼭 휘감아 안고, 마치 찰떡처럼 찰싹 달라붙어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천궁을 다녀온 사나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