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294542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10-10-05
책 소개
목차
그 문을 열며
그 한의원 이야기_ 오래된 약발
나, 120년 역사에 끼어들다
1 과거, 그 흙과 같은 이야기
그 흙의 이야기 /022
대추밭에 약방이 / 023
하루에 소 한 마리 값을 벌다 / 026
그 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 / 029
똥고집도 쓸 데가 있다 / 033
슬픈 아버지의 그늘 / 037
대추밭에서 경주 시내로 / 039
조전약사 상량문 / 042
비지 사러 왔다 두부 사간다 / 047
나의 아름다운 할아버지 / 051
체계를 갖추다 / 055
재주는 덕을 이기지 못 한다 / 058
유년의 장소, 그곳 / 061
그리고… 이름이 기억되다 / 066
이름, 그 뒷이야기 / 070
2 지금, 그 나무와 같은 이야기
그 나무의 이야기 / 076
현재진행형 과거 / 077
대추밭둥이 / 081
불임 권하는 사회 / 085
오래된 가르침 / 090
한풀이의 장소로 만들어라 / 092
휴진은 없다 / 096
최고의 약은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 / 098
사소한 것도 소홀하지 말라 / 103
인재보다 사람을 선택하다 / 106
역사의 숨결과 같은 박자로 / 109
희망으로의 여행 / 114
사람에게 손 내밀다 / 118
더 안(安) ― 편안한 차 마시기 / 122
변치 않는 신용의 상징, 노포 / 126
5대를 말하다 / 128
3 미래, 그 새 잎 이야기
그 새 잎 이야기 / 134
푸른 대추밭을 꿈꾸다 / 135
문화가 답이다 / 139
치료의 기초, 양생(養生) / 144
<행복한 옷 입기>_ 치료의 기초 의(依) / 150
<자연을 먹다>_ 치료의 기초 식(食) / 155
<한옥 이야기>_ 치료의 기초 주(住) / 160
자연의 마지막 초대 / 165
나무에 대한 작은 생각 / 170
비우다 그리고 비우다 / 174
엄마 마중 / 179
메노포즈Menopause의 시대1 / 183
메노포즈Menopause의 시대2 / 188
수오재(守吳齋)에서 보내는 봄밤 / 192
다시, 용담에 오르다 / 196
그 문을 닫으며 _ 믿으면 믿는 대로 된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문을 열며|
출근길, 나는 목 뒤가 낡아 너덜너덜해진 오래된 개량 한복을 입고 있다. 너무 낡았다며 속상해 하는 아내의 표정이 자주 목덜미 뒤로 내려앉는다. 하지만 이 오래된 개량 한복을 벗지 못하는 것은 내가 검소한 까닭이 아니다. 걸음걸이에 따라 자리 잡은 주름과 오랜 습관에 따라 생겨 버린 구김이 내 삶의 흔적 같아 버리지 못해서이다.
어디 나 뿐이겠는가. 이렇듯 모두에게 삶은 주름과 구김으로 가득해 어쩔 수 없이 찡그리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숨을 곳이 생겨 위안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골은 역시 ‘대추밭 백 한의원’일 것이다. ‘오늘은 또 어떤 환자분과 인연이 닿게 될까’, ‘또 무슨 사연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출근은 때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자리의 골을 헤집고 떠나는 일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골을 메우는 일이기도 하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저 경주에 있는 ‘그 한의원’이며, 또 임신 잘 되게 해 주는 ‘그 한의원’일 뿐이겠지만 나에게는 수많은 의미로 다가오는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아마 이 책은 그 수많은 의미를 찾는 작업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나온 것들에 대한 더듬음과 동시에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그 한의원’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근 20여 년 동안이 물질적으로 가장 풍부한 시대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넘쳐난 물질과 지식과 몸 때문에 다이어트를 걱정 하게 되었다. 보릿고개와 영양실조라는 말들이 낯설지 않게 여겨지던 시대에서 불과 몇 십 년 만에 부족함에 대한 단어는 사라지고 넘쳐나는 것에 대한 깎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물질이 풍부해진 것과 달리 정신은 어떠한가. 가끔씩 뒤도 돌아보고 내면도 바라보면 좋겠지만 경쟁이라는 창끝이 우리를 자꾸 앞으로만 밀어내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지금 의료 기술의 발전에 황홀해하고, 최고의 의료서비스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프다. 육체가 아프고 마음이 아프다. 그것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무슨 병에 무슨 약을 먹고, 무슨 병에 무엇이 좋고 하는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사람들의 병이 온전하게 낫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인 것은 의학 기술이 발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몸과 정신의 변화. 나는 이것이 문화 치료로 가능하다고 본다. 문화라는 것은 삶의 틀이며 우리가 누려야할 권리이며, 또한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볼품없지만 ‘그 한의원’이란 책을 내어 본다. 오랫동안 먼지를 털어내지 못한 주름과 구김들을 다림질 하듯 반듯하게 펼쳐내지는 못했다. 그저 긴 세월 묵묵히 경주를 지키고 있는 ‘그 한의원’의 주름 하나 더 보태는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걱정이 앞선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한없이 약한 인간은 무력하기만 했던 것이 올 한 해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주위를 한 번이라도 둘러본 사람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꽃은 피고, 하늘은 푸르더라는……. 감사한다. 바쁘신 와중에도 표지를 디자인 해주신 고암 정병례 선생님께, 사진작업으로 여러모로 고생해 준 배중선 작가에게, 한의원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경주를 사랑하는 모임 ‘경주길’ 회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항상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경주라는 도시에게.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 한의원’의 문을 연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