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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462002
· 쪽수 : 379쪽
· 출판일 : 2012-06-2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기만의 벽
7월의 눈
뱀의 밤
시민의 숲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청 직원의 입장에서도 너무 많은 숫자와 이름들이 새로 올라오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하다보니 정말 이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죽은 사람들, 모두 다 여자야.”
현장 가까이에 있던 한 병원의 시체안치실 직원은 17구의 시신에 달린 인식표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대낮에 시내 한복판의 백화점이 무너진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었지만, 이 사건 이후에 벌어지게 될 일들은 예측 가능하고 상식적이었다. 비상식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수순을 상식적으로 밟아가는 것을 가리켜 사람들은 ‘비극’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비극이 일어나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대개 비극이란 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더 비극이기 마련이었다.
중장비들은 겹겹이 덮여있는 콘크리트를 걷어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고급 밍크코트가 걸레처럼 찢어진 채 크레인 삽에 마구 걸려 올라왔다. 한 벌에 족히 1백만 원은 넘을 것들이었다.
크레인이 잔해 더미를 파해 칠 때 마다 하늘에선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는 주변으로 구경꾼들과 진행자들을 더한 수천명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북적이는 모습은 7월의 크리스마스 축제처럼 보였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그건 눈이 아니라 유리섬유와 석면가루가 뒤엉킨 잿가루였으며 그 밑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망가진 시체들이 바디백을 구하지 못해 바닥에 그대로 놓인 채 흰 천에 덮여 있었다.
크레인이 불편신고함을 건져내면서 엉망으로 찢겨진 접수용지 수 천 장이 쏟아져 나왔다. 뭔가가 적힌 종잇조각이 사람들의 눈앞으로 눈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고객이 느끼시는 불편함을 접수합니다.
삼풍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