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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462019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13-11-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一豊 기만의 벽
2부 二豊 7월의 눈
3부 三豊 뱀의 밤
시민의 숲
후기
책속에서
시청 직원의 입장에서도 너무 많은 숫자와 이름들이 새로 올라오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하다보니 정말 이 사람들 이 죽은 사람들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죽은 사람들, 모두 다 여자야."
현장 가까이에 있던 한 병원의 시체안치실 직원은 17구의 시신에 달린 인식표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잔해를 걷어낼 때마다 솟구치는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소방관들은 쉬지 않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때 예상 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소방호스의 물이 뚝 끊겨버렸다.
"뭐야? 물이 멈췄다니 그게 뭔 개소리야?" 소방본부장의 양 미간이 낙타 발굽처럼 쪼개졌다.
이 촌극 혹은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소방관들은 삼풍 붕괴 후 빌딩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 쓰고 있었는데 치솟는 수도요금을 걱정한 건물 주인이 밸브를 잠가버린 것이었다.
소방본부장은 뒤늦게 직접 건물 주인을 만나 협조를 구하고 물값은 시에서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건물 주 인은 마뜩잖은 얼굴을 감추지 않고 종이 한 장과 볼펜을 내밀었다.
"확인서 한 장 써주세요."
본부장은 빚보증을 서는 기분으로 확인서를 써줬다. 그리고 나서야 방수(放水)를 할 수 있었다.
중장비들은 겹겹이 덮여있는 콘크리트를 걷어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고급 밍크코트가 걸레처럼 찢어진 채 크레 인 삽에 마구 걸려 올라왔다. 한 벌에 족히 1백만 원은 넘을 것들이었다.
크레인이 잔해 더미를 파해 칠 때 마다 하늘에선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는 주변으로 구경꾼들과 진행자들을 더한 수천명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북적이는 모습은 7월의 크리 스마스 축제처럼 보였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그건 눈이 아니라 유리섬유와 석면가루가 뒤엉킨 잿가루였으 며 그 밑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망가진 시체들이 바디백을 구하지 못해 바닥에 그대로 놓인 채 흰 천에 덮여 있었다.
크레인이 불편신고함을 건져내면서 엉망으로 찢겨진 접수용지 수 천 장이 쏟아져 나왔다. 뭔가가 적힌 종잇조각 이 사람들의 눈앞으로 눈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고객이 느끼시는 불편함을 접수합니다.
삼풍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