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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블루홀

여해름 (지은이)
  |  
시즌북
2011-12-08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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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책 정보

· 제목 : 블루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6513001
· 쪽수 : 200쪽

책 소개

여해름의 로맨스 소설. 차강운, 그의 사랑은 블루홀이다. - "넌 내 품에 안겨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어. 네가 보는 사람 누구야? 오늘은 날 봐. 네 앞에 있는 나." 이해수, 그녀의 사랑은 바람이다. - "난 당신을 이용했어요. 당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잖아요. 우린, 안 되는 거예요." 에메랄드빛 바다의 블루홀(Blue Hole) 같은 사랑.

목차

프롤로그
1. 매혹적인 만남
2. 태풍의 눈
3. 비밀을 품고 서로를 바라보다
4. 서로의 빛깔에 물들다
5. 이별의 그림자
6. 바람이 불어오다
7. 심장에 사랑이 돋다
8. 바다로 뛰어들다
9. 신의 영역을 향해
10. 잔인한 습관
11. 안녕…….
12. 갈무리
13. 블루홀[Blue Hole]을 찾아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여해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시련이 인생의 소금이라면 희망과 꿈은 인생의 설탕이다. 꿈이 없다면 인생은 쓰다. -〈리튼〉 세상의 모든 이들이 설탕부자가 되고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출간작 - 밤의 열기/ 비밀스런 제안/ 오만한 과욕/ 얼음여우/ 잔인함의 향기/ 상흔을 넘어/ 대박! 검사마누라/ 블루홀/ 바보가 사랑을 합니다/ 아내바라기/ 나쁜 선물(채이린)/ 눈부신 열정/ 그의 아내이고 싶다(채이린)/ 그녀는 남자/ 닥터의 하트 레이트/ 그대 비서입니다/ 여름밤 소나타/ 닥터 블랙(개정판)
펼치기

책속에서

강운은 그녀의 반응을 익히 예상했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원래의 자세로 돌아갔다. 한 팔을 등받이 위에 걸치고 그녀와의 신경전이 따분하다는 양 입을 열었다.
“네 발로 왔다는 걸 잊지 마. 무슨 뜻인 줄 알지?”
“돌아……가겠어요.”
그녀가 흔들리는 눈빛을 안정시키지 못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세상을 통달한 것처럼 나른하기 그지없던 그의 음성이 냉엄하게 바뀌었다.
“앉아.”
“죄송합니다. 가야겠어요.”
해수는 황급히 가방을 집어 들고 그를 응시했다. 검푸른 빛깔의 눈동자를 보며 돌아가겠다는 제 의사를 수용해달라는 눈빛을 비췄다. 강운은 꿈쩍도 하지 않고 비릿하게 입술을 비틀었다.
“미안해. 널 그냥 보내줄 마음이 없다.”
색이 또렷한 눈동자를 확고하게 번뜩이며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을 옥죄였다. 그녀는 은연중 소름이 돋았다. 그에게서 뿜어지는 저돌적인 기운이, 숨통을 틀어막고 온몸을 소스라치게 만들었다. 그렇더라도 이대로 연약하게 주저앉을 수 없기에, 입안의 여린 살덩이를 피멍이 들도록 깨물며 침착하게 반박했다.
“모든 여자들에게 이런 식이신가요?”
눈살을 좁히고 서늘하게 말하던 입술을 굳게 닫았다. 그가 피식 웃으며 탁자에 놓인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곧장 메케한 연기를 뿜어 올리고 능청스러운 너스레를 떨었다.
“날 아주 저렴한 놈으로 보나 봐?”
“아니라는 건가요?”
해수는 뻔뻔스럽게 아니라는 답변을 한다면 여지없이 비웃어줄 생각이었다. 강운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올리며 폐부 깊숙이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아른아른 흩뿌렸다.
“내 말을 믿어줄래?”
자신을 감히 비웃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말을 돌렸다. 그녀가 보일 듯 말듯 눈가를 경련하고 차갑게 받아쳤다.
“지금 하시는 걸 보면 믿기 어렵죠.”
그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느냐는 눈빛을 가했다. 그가 경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장난기로 가득 찬 저음을 흘렸다.
“일단 앉지그래? 반복해서 말하기도 입 아픈데.”
“보내줘요.”
“안 된다고 했잖아.”
강운은 불필요한 체력소모라는 것을 깨달으라고 냉정하게 못 박았다. 해수는 질금 눈을 감으며 불에 타들어가는 것 같은 목 안으로 침을 삼켰다. 담배냄새로 탁해진 응접실의 공기를 조용히 들이마신 후 시야를 넓혔다.
“저도 알아요. 이 모든 게 제 잘못이라는 걸. 나 자신이 대책 없이 굴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걸. 하지만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돌아가겠다면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아, 하는 짓은 똘똘한데, 속은 참 순진해. 맥주 한잔하자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니. 그 말은 자고로 남자를 상대해본 경험이 적다는 뜻이겠지.”
그는 자신을 쏘아보는 그녀를 향해 보기 좋게 입꼬리를 추켜들었다. 그녀가 얼굴을 싸늘하게 돌리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휴대폰을 끄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강운이 콧잔등을 찡긋거리며 웃어젖혔다. 담배의 새하얀 연기를 공중으로 후우 내뱉고 토라진 아이를 달래듯 그녀를 타일렀다.
“앉아서 생각해. 시간을 줄게.”
“…….”
해수는 움찔 미간을 모으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생각할 시간. 어쩌면 그녀의 정곡을 찌르고 가장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말일지도 몰랐다.
‘솔직히……, 나도 모르게 원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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