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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6547297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1장 샐러리맨 | 달리거나 매달리거나
2장 가족 | 지붕까지 닿도록 사랑
3장 6호선 | 이번 역은 인생 환승역
4장 계절 | 하루만이라도 나의 계절
5장 마흔 | 비불혹, 하물며 미생
6장 술 | 허튼 밤 견디는 깊은 숨
7장 아내 | 고마워 당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장 샐러리맨 | 달리거나 매달리거나
…… 내가 회사에 다니는 것은 자기실현이나 사회적 성공 같은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오래도록 잘리지 않고 또박또박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그저 고맙다는 마음입니다. 아무리 고달프고 외롭고 무겁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웃을 수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사이에 지친 몸을 조용히 눕힐 때 너무도 기쁩니다. 그리곤 정말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어보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옆에 누운 아내가 말합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오래 다녀 달라고. 그런데 나는 왜 그 말이 ‘오래 달려 달라’라고 들리는 건지. 가끔은 ‘오래 매달려 달라’ 라고 들리기도 합니다. 최고속력으로 달리고 싶지만, 일단은 오래 달려 보기로 합니다. 시동이 안 걸린다면 매달리기라도 해야겠죠. 조금 바보 같은 모양새더라도요. ……
"그래도 나는 이곳이 고맙습니다. 내게 직장생활은 꿈을 지켜주는 방법이거든요"
3장 6호선 | 이번 역은 인생 환승역
…… 아침에 6호선 고대역에서 지하철에 올라 환승역인 동묘역에서 1호선을 갈아타고 가산디지털역에서 내립니다. 밤에는 그 반대고요. 간혹 홍대역에서 내릴 일이 있긴 한데 그야말로 간혹일 뿐입니다.
어쨌든 출퇴근에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내겐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러시아워의 만원 지하철이라도 그 누구의 간섭 없이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유일하게 허락된 하루의 이 두 시간은 지하철에서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요행으로 자리에 앉게 되면 그림을 그리고,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미어터질 땐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 만화영화 시간을 기다리듯 유일하게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말하자면 지하철은 나만의 골방, 다락방, 옥탑방 같은 곳입니다. ……
"버텨주는 삶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깨 위의 하루’가 좀 가벼워지는 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