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88996575818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한국어판에 붙이는 글
프롤로그 실수투성이: 재미없는 과학자들
감정도 없는 ‘먹물’ 과학자
과학자의 두 가지 실수
전향한 과학자의 충고
하나 낙타의 다리는 어디로 갔을까?
머리냐 성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생각 대신 꽃을 걷어차라!
즉흥 만세! 리얼리티 쇼 성공시대
멘델 혹은 플레밍, 수줍은 과학자들
낙타의 다리는 어디로 갔을까?
내가 아니라 ‘당신’을 돋보이게 하기
과학자의 비호감 비법
둘 있잖아, 문제는 자극이야!
과학자의 몽상 1-메시지 보냈잖아!
과학자의 몽상 2-급소만 찌르면 돼!
과학자의 몽상 3-대중이 알아서 움직일 거야!
미디어 사회에서 살아남기
자극시켜라 그리고 충족시켜라
스티븐 제이 굴드 혹은 동영상
그런데 문어 군은 언제 나오는 거야?
셋 <타이타닉>씨, 별자리가 틀려요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미스터 장황!
이야기가 필요해, 이야기가 필요해, 이야기가 필요해
과학논문은 ‘과연’ 사기인가?
곤란한 선택: 정확할까? 지루할까?
재미있는 파워포인트 <불편한 진실>
‘공짜 칠면조’를 버리는 과학자들
<타이타닉>씨, 별자리가 틀려요
넷 호감은 힘이 세다
똑똑한 ‘척’ 말고 똑똑 ‘하게’ 처신하라
‘아니다’라는 말만 하는 직업
호감은 순간의 판단이다
천만 번과 단 한 번도……
다섯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세요!
과학에 목소리가 있다면…… 칼 세이건
과학자의 1/3은 대중을 거부한다
과학계의 마르셀 뒤샹과 마이클 무어?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세요!
두 개의 언어: 과학과 대중
부록
1. 녹다운된 <시즐>
2. 과학자를 위한 영화 만들기
3. 랜디 올슨의 필모그라피
참고문헌 및 영상
감사의 말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2002년, 내가 다시 과학자들과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수업에서 얻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가에 대한 자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나는 과학자들, 아니 심지어 과학 해설자라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그 여교수가 나에게 소리 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연기를 대가리로 해? 생각만 하지 말고 연기를 하란 말이야!” 생각만 하지 말고 무엇인가를 해! 그 연기수업을 들으며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던 것들을 나는 바로 이 과학 하는 사람들 덕분에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 연기수업은 내 인생의 진정한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전직 교수, 알량한 지식 그리고 그것으로 두텁게 쌓아놓았던 보호막이 산산조각 나고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과학자로만 살았던 내 이전의 삶을 180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 수업을 통해 나는 과도한 교육과 두뇌를 짜내는 식의 연구가 가져오는 폐단을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과학자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발 그런 과학자가 되지 말란 말이야!”
과학은 항상 두 부분으로 나눠져 왔다. 하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세워놓은 가설들에 대한 테스트와 실험을 하는 등등의 보편적인 것들이다. 두 번째 부분은 바로 대중과의 의사소통으로 첫 번째 부분처럼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든 실험실에서 일하는 기술자든 간에 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위의 두 부분을 모두 충족시켜야만 한다.
하루 종일 실험실 구석에 앉아 유전자염기서열분석기의 숫자를 적는 기술자도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난 뒤에는 그 데이터를 가지고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해야만 한다. 이것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이런 현상은 빈번히 일어난다) 과학자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실험과 연구는 잘하지만 의사소통은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과학적 실험과 연구에 소홀하면서 의사소통은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이런 사람들을 통상적으로 사기꾼이라 부른다).
대단한 연구 업적을 이루며 첫 번째 부분을 충족시킨 과학자가 두 번째 부분에서 완전히 실패한 일화들은 수도 없이 많다. 유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멘델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그는 의사소통을 못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연구는 훌륭하지만 대중과 의사소통을 못하는 과학자들을 위해 누군가 멘델상을 만들어도 될 지경이다.
멘델은 19세기 중반부터 말까지 초라한 수도자로 살았다. 찰스 다윈이 그의 베스트셀러인 ≪종의 기원≫으로 대중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유명 인사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을 때 멘델은 알프스에서 힘겹게 유전자를 찾아 헤맸다. 그러니까 멘델에게는 연구 능력이나 그것을 위한 실행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에게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인 바로 그 능력 말이다. 멘델은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지도 못할 만큼 내성적인 사람이어서, 무명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는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이후 35년간 그의 주요 문서들이 아주 간간이 발견되고는 했다. 어쨌든 멘델의 업적은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야 비로소 몇몇의 진화론자들에 의해 재평가되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저런, 이 사람이 벌써 오래전에 다 밝혀놓은 사실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