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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682462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 몽정(夢精)
1. 잔인한 남자
<여자> 미안해, 널 버려서
2. 장어
3. 섬집 아기
4. 낯선 엄마
<여자> 제일 따뜻하고 부드럽게
5. 개미지옥에 빠진 정어리 떼
6. 사람은 누구나 죽어
<여자> 애증(愛憎)
7. 용의자들
8. 영성 정밀, 이상구
<여자> 내 아들
9. 엄마
<여자> 복수
10. 이강도
리뷰
책속에서
부드러운 것이 얼굴에 닿았다. 온기를 머금고 미끄러지는 그 감촉이 조금도 현실인 것 같지가 않아서, 강도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굵고 묵직한 것이 목을 감아 조이자 그제야 조금씩 눈두덩을 움찔거렸다.
“지잉- 웅- 웅- 웅-”
기계 전원이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강도는 땅속에 처박힌 것처럼 묵직한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하지만 여전히 꿈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서 그저 눈을 뜨기 위해 얼굴에 힘을 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을 실패한 뒤에야 움찔거리던 눈두덩이 열렸다. 하지만 눈앞에 드리워진 어둠에, 강도는 당황했다. 눈앞이 캄캄하다.
“덜컹!”
묵직하게 목을 조이던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강도는 크게 놀라 몸을 들썩였다. 뒤늦게 손가락을 넣어 목에 감긴 체인을 풀어내려 애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체인은 단단하게 감겨 조금의 틈도 생기지 않았다.
“커억…….”
기계가 돌아갈수록 조금씩 숨이 막혔다. 강도는 힘껏 소리쳤다.
“누구야! 너 누구야! 컥!”
체인이 위로 감기면서 엉덩이가 들렸다. 강도는 휠체어 위로 올라가야 했다. 아무리 소리쳐도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날 뿐,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리적인 공포가 강도의 몸을 잠식하고 들어왔다.
‘죽는다.’
이대로 죽는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떠오른 건, 강도를 올려다보던 엄마의 애처로운 얼굴이었다. 맹목적이고 애처로운 그 눈빛. 강도는 꺽꺽거리며 목이 조이는 와중에도 짓눌린 목소리로 빌었다.
“나는…… 죽어도 좋아. 우리 엄마! 우리 엄마만…… 살려줘. 살아 있는 거지? 말해줘. 제발!”
생사라도 알려달라고, 내가 대신 죽을 테니 놓아달라고 울며 애원했지만 들리는 건 여전한 기계 소리뿐. 강도는 휠체어 위에서 다리를 펴고 까치발을 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기도가 눌려 쇳소리가 났다.
“엄마……. 제발 엄마만…….”
발이 들렸다.
매달려 꺽꺽거리던 강도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 눈물에 얼굴을 씌워진 부드러운 천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벌어진 입에선 더운 침이 흘러내렸다. 강도는 목 졸린 개처럼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엄마…… 엄……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