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685227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2-12-11
책 소개
목차
Me&
뺑소니
소화불량
나는 최악
구토
울자
말할걸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You&
안녕하지 못한 청춘
소년이 둘
완벽한 날
알지만 몰라
Everyone We Hate
불가해한 시간
귀가
할아버지
빨갛다
물이 많다
누수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가, 족 같은 가족
마침내 봄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기는 사지다. 도처에 외로운 사람들이 즐비하다. 폼나게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진다. 생동감 없는 날들. 양파껍질을 까듯이 성의 없고, 주저 없이 날짜를 까버리기만 한다. 후회는 하는데 노력은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주로 내 불행에 도취된다. 자살 시도를 하는 상상도 한다. 한방에 죽는 것이 운이 좋은 것인지, 기어코 살아남는 것이 운이 좋은 것인 것 헷갈린다. 헷갈리는 걸 보면 진짜로 죽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그녀는 힘든 모양이다. 돈 때문인지, 남자 때문인지, 부모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 때문인지 아무튼간에 힘든 모양이다. 내가 그러하듯이.
-「구토」 중에서
스무 살이 되었다. 황당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고, 아버지는 열두 살이나 어린 여자와 재혼을 했다. 대단한 꼴통이던 나는 대학에 붙었고 조류포비아가 있던 오수는 앵무새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늘 가뭄으로 허덕이던 동네는 엄청난 양의 폭우에 난생처음 비로 인한 재난을 당했고 고약하기로 소문난 큰 고모는 나에게 너무나도 쉽게 방 한 칸을 내주었다. 그날의 폭우는 너무나도 방대하고 갑작스러운 것이라서 대비할 수도 없었다. 아니 사실은 대비할 생각 따위도 없었다. 일기예보는 언제나 엉터리였고 그런 엉터리 일기예보를 신뢰하는 건 그 해에 뽑힌 이상한 대통령뿐이었으니까.
-「말할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