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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6751762
· 쪽수 : 240쪽
목차
5 책을 내며
1.
빛살을 보다
13 빛살을 보다
17 밥솥과 요강
22 관계망
26 ‘YANNI’가 왔다
31 초보의 변辯
36 마지막 수업과 천 원
40 세 시의 용기
44 좌우左右와 좌우座右
49 합천호 미인송
2.
불볕 쏟아지는
길에서
57 당나귀 그리부예와 발타자르
65 9번방의 선물
69 눈 내리는 액자
74 카바레 기행
79 마애불이 웃었다 2
87 Idol
91 쌍화점과 목탁
99 불볕 쏟아지는 둘레길
104 계약직으로 살아남기
3.
생각을 솎다
113 곡哭
116 솎다
119 지음知音
122 바람
125 선운사
128 어느 날 자갈치에서
131 눈물
135 목과 목目
4.
내 마음의 뒤란
143 친정 가는 길
148 감자 철 지날 때
153 어머니의 털옷
157 내 마음의 뒤란
162 언니와의 약속
5.
사막을 건너다
179 고도孤島 아틀란티카
187 『설국』의 다카항高半 료칸旅館을 찾아
194 삼벽당三碧堂의 하룻밤
199 오토캠핑의 추억
203 눈의 고장 삿포로에서
213 블루로드
217 동해남부선 안강역
222 꽃 보러 가자
235 모하비사막을 건너다
166 사라진 워낭소리
171 바지랑대 평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몸의 수분과 영양 결핍은 메스꺼운 증세로 괴로움을 호소했다. 뒤척이는 밤이 잦았다. 생물에게 고역의 땅인 사막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지독히 고통스러운 사막이었다. 외로움은 당하는 것이고 고독은 자신이 만드는 거라던가. 그러나 나의 고독한 여름은 결코 나 자신이 만든 거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어느 때부터 그 길에 들어서서 황량한 땅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내가 보였다. 물론 처음엔 그처럼 막막한 여행길이 될 거라는 걸 예감하지 못한 채.
약 복용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가을을 넘기고 겨울을 맞았다. 활동하는 낮에는 좀 견딜만하다가도 날이 저물면 머리가 묵직해 왔다. 잠시 집 앞에 나갔다 오려 한 외출이 여의찮게 긴 여행이 되어버린 격이랄까. 어깨 치료를 하는 의사는 스트레스성이라고 하고, 주치의격인 동네 내과병원 의사는 갱년기증상이라고 했다. 어쨌든 어린왕자처럼 누군가와 함께 앓을 수 없는 고독에 길들어야 했다.
아파보면 인생관도 바뀌는 건가. 나도 이만큼 고통 받기 전에는 다른 이의 아픔도 어쩌면 건성으로 대했을 것이다. 왜 꼭 처해보고서야 남의 사정을 헤아리는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 마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가를 깨닫는다.
여행한 기억이 한 줄기 단 바람이 되어준 건 분명하다. 백여 개의 짐칸을 달고 긴 짐승처럼 대지를 가로지르던 화물 기차나 산 정상에서 위풍당당하게 돌아가던 수많은 풍차며, 산뜻한 원색에 세련된 차체를 저마다 뽐내며 달리던 대형 운송 트럭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어마어마한 높이로 기선을 제압하던 바위산과 그 꼭대기에서 쏟아지던 폭포……. 규모에서부터 놀라웠던 그런 것들이 아스라이 그립다. 지난 여행을 반추하는 것은 여행할 수 있는 건강이 간절한 때문이리.
아등바등 건너온 지난여름은 나만의 사막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여름은 이제 물러갔지만 나는 아직 후유증을 다스리는 중이다. 고독할 때 위안이 되어준 덤블링 트리를 떠올린다. 군락을 이뤄 서로 의지하는 그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 대형버스 맨 앞자리에서 파노라마처럼 달려오는 이국의 길을 끝없이 달려보고 싶다.
- 수필 '모하비사막을 건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