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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773252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아쉽고 허망하고 박탈당한 것들
·보이지 않는 존재와 관련된 일
·마음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았다_그 남자의 공책 1
·겨울 산에 서 있는 참나무의 생각
·거칠고 광포하고 휘몰아치는 것들
·사랑은 인생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_그 남자의 공책 2
·박새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
·미끄러지고 헝클어지고 어긋나는 것들
·한 십 년 잠 속에서 총소리가 났다_그 남자의 공책 3
·청설모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
·시조 한 수로 하루를 산다_그 남자의 공책 4
·바람은 투신하는 노을을 보았을 뿐
·에필로그 빛나고 충만하며 서러운 것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후 거기 가본 적 있어?”
“우리 나중에 여기 다시 와보자. 눈 녹고 할미꽃 필 무렵에…….”
……
“내 사랑이 커지는 게 느껴지니?”
“아니야 나를 믿지 마.”
연희는 그 아침의 행위가 지난 이틀 동안의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임을 알아차렸다. 지난 이틀 동안의 행동이 긴장, 공포, 불안, 발작 같은 감정들과 관련이 있었다면 그 아침의 행위는 안정감, 친밀감, 애착, 배려 같은 감정들과 관계있었다. 오래도록 그와 성을 나누어온 듯 자연스럽고 익숙한 동작, 그의 몸을 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듯 편안하고 스스럼없는 태도…….
그것은 나흘째 되던 날부터 연희가 계속 느껴온 욕망이었다. 이글거리며 타는 장작불을 보고 있으면 그 아궁이 불길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었고, 산더미처럼 쌓인 눈을 보고 있으면 그 아래 묻히고 싶었다. 한 번씩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쳐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허공에 흩뿌리면 자신의 육체도 그렇게 분해되어 허공으로 날아올랐으면 싶었다. 절망도, 무력감도, 허무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고 간질거리는 느낌, 가슴을 가로질러 거미줄 같은 금이 가는 파괴의 조짐이 느껴지기도 했다. 연희는 그럴 때마다 고개 돌려 세중을 찾았고 세중은 연희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보았다. 그럴 때의 성은 손쉽게 자학과 가학의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치닫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