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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6921455
· 쪽수 : 468쪽
· 출판일 : 2013-03-29
책 소개
목차
그들의 시대
옥산궁
김변수
돌올한 기술
회한지곡
추함이 보여야
목 없는 시신
초민하는 사람들
고빗사이
놀란 화등잔
낭인들
무갑산
조선사람 아니어
살스런 미소
풍상우로
하동 토골
백자거리
토설을 듣다
푸른 멧사발
평미레
글을 마치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동안 길 아닌 길을 너무 멀리 달려왔다. 자신의 길은 뭉개버리고 보이지 않는 길을 보인다고, 가야 될 길이라고 다들 몰아세워서 어쩔 수 없이 달려왔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다. 앞보다는 뒤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았다. 돌아설 수 없도록 그를 따르던 시종들이 몇 발작 뒤에 머리를 조아리며 서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들을 멀리 물렸다.
하늘과 땅을 잇고 있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그녀들은 남정네들이 가져온 손때 묻은 뒤주에서 조심스레 옷을 꺼냈다. 혈성을 다해 펼쳐든, 해져서 너덜너덜하고 구접스러운 땟국과 피가 어르눅어 누렇게 밴 옷이라기보다는 헝겊 같았다. 통곡하던 사람들이 그 옷을 보자 넋을 잃었다. 감히 쳐다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옷이었고 작금을 이어주는 옷이었다. 통곡에 통곡을 더하니 목이 메었다. 구접스러운 헝겊 같은 옷이 그녀들 하얀 소복과 아우러져 신비스러움을 발산했다. 노드리듯 눈부신 햇살이 도조의 기를 품어내고 있었고 분노의 한이 260여 년을 지난 옷을 통해 여인들 얼굴에까지 서렸다.
불씨는 하늘과 땅을 잇는 신이었고 값진 사기를 만들어내는 힘이었다. 불씨가 하늘의 요술과 만나면 사기의 기려한 형태와 빛깔과 피부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로 양전(왕과 왕비)과 왕손과 삼정승에게 따뜻한 기려함을 누리게 해주었다. 불길이 하늘의 뜻에 순종해야 파품破品을 줄이고 파기장破器匠들이 내는 소리가 적었다.
하늘이 내린 불씨로부터 질이 깨어나고 분원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