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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7170050
· 쪽수 : 235쪽
· 출판일 : 2012-06-20
책 소개
목차
까치나라 대장 8
우리 동네 카수 17
아버지 27
묘숙이 46
다르니까 67
우리 집 대들보 80
서울양반 87
읍내 장터 108
나물장수 126
꼬마 가수 147
서울할아버지 156
안녕, 서울할아버지 177
삼천리 금수강산 195
엄니 210
지붕 위로 날아오른 수탉 217
[집필후기] 23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더구나 나는 ‘영민’하기 때문에 그런 것쯤은 잘 알았다. 내가 영민하다는 것은 치사하게 내 자랑을 하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어른들은 내가 어른들 말을 잘 들어두었다가 그대로 흉내 내거나 엉뚱한 말을 하면 꼭 이런 말을 덧붙이곤 했다.
“저 녀석은 제 아비 닮아서 어찌나 영민한지, 어른을 갖고 논다니께.” -15페이지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동네에서 모르는 노래가 없기로 소문난 내가, 바보소리를 들으며 무시당하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글 모르면 바본겨?”
“그럼 바보지 인마. 나는 내 이름도 쓸 수 있어. 봐봐.”
그러고는 정말 글자를 써 보였다. 세 글자니까 ‘천길만’, 맞을 것이었다.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대들었다.
“그럼, 글 읽고 쓸 줄 모르는 어른들도 다 바보여?”
“그럼 바보지 인마.”
나는 글 읽고 쓸 줄 모르는 어른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정읍댁도 그랬고 옥천댁도 그랬고, 많았다. 그래서 서울 아들에게서 편지라도 올라치면 그 아주머니들은 그 편지를 가지고 우리 집에 와 할머니에게 읽어 달라고 했다. -37페이지
“‘가’자 이렇게 쓰는 거요?”
“어이구, 한글 다 아는구먼.”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묘숙이가 무슨 말을 하려다 째려보는 내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실제로는 ‘가’자밖에 모르고 있어 그게 은근히 걱정은 되었다. 하지만 안심도 되었다. 옆에 묘숙이가 있는 한 잘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묘숙이가 한글을 알고 있으면 가르쳐 달라면 되었다. 어쩌면 묘숙이는 ‘가’자도 모를 수 있었다. 학교를 안 다녔으니까. -99페이지
나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팔지 못한 것을 내가 판 거나 다름없지 않는가. 이미 머릿속에서는 지붕 위에 올라서서 꼬끼오, 하늘을 향해 목을 빼고 우는 수탉이 그려지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그려 보였던 바로 그 수탉이 나였지 않은가. 호연지기! 그렇지 그걸 할아버지가 호연지기라고 했지. 나는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할머니는 호연지기라는 말 아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