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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7263493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3-04-20
책 소개
목차
하나, 우리 모두는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됩니다
둘,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셋,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순간, 내 이름을 불러주오
넷,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죽음을 맞이할 때와 그 이후입니다
다섯, “나는…… 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여섯, 죽어가는 사람에겐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합니다
일곱, “기억하렴. 엄마가 만일 죽더라도, 그건 결코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
여덟, 고통 속에서도 가슴 벅찬 행복을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아홉, “몸이 없어져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갈 거예요.”
열, “죽음과 마주한 지금,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열하나, 마지막 길을 떠나기 전, 가족의 체취가 곳곳에 담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간절합니다
열둘, 무언가를 기다리고, 그것을 만날 희망을 가진 사람은 놀라운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열셋, 사람은 죽는 순간 위대한 분의 마중을 받으며 빛의 세계로 떠납니다
열넷, 숨을 거둔 사람이 조용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열다섯, 인간은 죽음에 의해 완성됩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모두 미완성일 뿐
열여섯, “이제 저에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 죽기 전에 저 자신과 당당히 마주하고 화해하고 싶어요.”
열일곱, “네가 곤경에 처하거나 눈물을 흘릴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많이 아프다.”
마치면서
책속에서
“마음을 치유 받는 지름길은 손수 만든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덩달아 약해지지요. 그러니 우선 좋은 음식으로 몸에 에너지를 보충할 필요가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손수 만든 요리에 담긴 진심을 함께 나누는 거예요. 차라도 한 모금 대접하고 밝은 얼굴로 손님을 보내면 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옵니다. 태도도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지요. 어두운 얼굴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며 온 사람이 음식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면 인간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경우가 많습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에요. 반면 식사를 하고 나서 자신이 사용한 식기를 정리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안심해도 됩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이런 사람은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임종이 다가오기 직전에, 건강을 되찾는 시기가 찾아온답니다. 갑자기 생기를 띠고 식욕이 생기고 말문을 열기도 하지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체념하던 가족들은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다시 희망에 타오르지요. 하지만 그건 세상과 이별하기 전 받은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거예요. 잠시 건강해진 환자는 먼 길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져요. 하지만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지요. 그때 함께 호흡을 나누면서 일체감을 느끼면 비로소 환자는 안심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어요.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말을 걸어서 물꼬를 터주면 이내 가슴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쏟아내지요. 오랫동안 막혀 있던 둑이 터지는 것처럼요.”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평화로운 웃음을 띠던 이마이 씨의 얼굴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복잡한 심경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한평생 죽도록 일만 하며 살았습니다.”
오하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실은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기나긴 침묵 후, 회한에 젖은 고백이 들려왔다.
“나는…… 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진심 어린 울림이었다. 그녀는 단어 하나하나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선생님, 다행입니다. 진심을 말씀해 주셔서.”
그는 마음속 격랑이 진정된 듯 차분해진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말도 필요치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나누었다.
잠시 후, 선생이 넌지시 물었다.
“이제 더 이상 미련은 없으십니까.”
고개를 끄덕인 이마이 씨는 천천히 양 무릎을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었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렸고 그는 이내 오열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방에 들어왔을 때 위엄 넘치는 눈짓 하나로 건장한 사내 수십 명을 움직이던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응석받이 남자아이가 있을 뿐.
그녀는 양팔로 그의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