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한 번 더

1. 눈은 내리는데
빈 의자에 앉아서
슬픈 눈으로 세상을 보면
눈은 내리는데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
그해 가을이야기
새해 아침, 거울을 보며
엄마의 정(情)
돌고래의 기쁨
그리운 내 친구
다시 태어난다면

2. 겨울 해바라기
겨울 해바라기
산국(山菊)
노년의 행복
솔잎에 맺힌 빗방울
한 번 더 날자꾸나!
보고 싶은 희보선생
가버린 봄날의 조각들을 주워 모으며
개미 한 마리
그리운 여성봉(女性峰)
어떤 인연(因緣)

3. 낮에 나온 반달
잊히지 않는, 슬픈 눈빛
지키지 못한 약속
가슴에 묻은 기억(記憶)
양반 비둘기
낮에 나온 반달
벼랑 끝에 매달린 늙은 소나무
여우야, 뭐 하니
무료한 하루
내 복(福)을 다하지 않고
재미없는 사람

4. 비긴 어게인
비긴 어게인(Begin Again)
국밥 한 그릇
어느 여인의 향기
사랑한다는 말
낚시터에서
헌책을 읽는 기쁨
사과 한 알의 헌신(獻身)
비온 뒤의 눈부신 햇살처럼
수족관 돌고래
아내의 기지(機智)와 배짱

오창익∥권수범의 수필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