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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일반
· ISBN : 9788997339990
· 쪽수 : 251쪽
· 출판일 : 2023-02-2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_ 김한규 / 5
머리말 / 9
조선왕조와 천주교 최초의 인연 / 13
조선후기 유학자들의 천주교 비판 / 20
윤지충(尹持忠)과 조상제사 문제 / 31
한국천주교 최초의 교리서 / 44
유교적 전통과 천지창조설 / 65
「황사영 백서」(黃嗣永 帛書)를 어떻게 볼 것인가? / 75
이순이 루갈다의 순교와 남긴 편지들 / 94
배교자 최해두(崔海斗)의 참회와 고백 / 107
기해박해(1839년)의 순교자들과 당시 교회의 모습 / 116
김대건 신부 / 144
산골에 숨어 사는 양떼들을 찾아 헤매며:
최양업 신부의 생애 / 174
병인박해(1866년)의 순교자들 / 195
고통 속에 꽃피운 영성: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의 생애에 대한 재조명 / 205
한국천주교회사의 현재적 의미를 생각하며 / 240
한국천주교 순교성인의 달을 맞으면서 / 247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천주교 신앙과 서양의 존재에 대한 최초의 접촉은 매우 따뜻하고 호의적인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1600년대의 시작과 더불어 이수광을 통해 전해진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식과 호기심은 한 알의 씨앗처럼 이 땅에 뿌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한 세기 반이 더 지난 1700년대 후반에 이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세계를 알기 위하여 다투어 노력을 할 것이었다. 또한 이수광 이후 200년이 지난 1800년 이후가 되어서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새로운 세계 속으로 파고들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게 될 것이었다. 실로 우연처럼 자리 잡았던 겨자씨 하나가 큰 나무를 이루는 데는 2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야 했지만,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생각해 본다면 그 200년이란 한순간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의 상황을 돌아보면서 이수광의 『지봉유설』을 읽다 보면 깊은 감회에 젖곤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안정복은 권철신과 그 문도들이 이처럼 예수회 신부들의 주장대로 유교와 천주교의 가르침의 유사성을 인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 두 가르침의 차이성을 꿰뚫어 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점점 천주교 신앙에 깊이 빠져들자, 언젠가는 이 두 가르침의 차이점이 심각하게 부각되고, 그렇게 되면 수습할 수 없는 파국적인 사태가 일어나리라고 예감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1784년 권철신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는 『천학문답』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 처음으로 천주교의 가르침을 접했다면 어떠한 태도를 취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비록 안정복처럼 학문적으로 높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대체로는 그의 노선을 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18세기 후반에 남부러울 것 없는 교육을 받고, 또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장래가 기대되는 사람들이 왜 천주 신앙을 갖게 되었을까? 당시에 천주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이 비록 신앙의 초기에는 과거에 지녔던 것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머지않아 모든 것을 잃어야 할 것이었다. 안정복처럼 모두에게 존경을 받았던 큰 스승이요, 대선배까지도 이단시하는 천주 신앙을 가지기로 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