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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38154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7-09-29
책 소개
목차
하나, 일하면서 공부하고
나의 첫 사회생활_작업치료학과 김효진 / 첫인상_항공서비스학과 김선유 / 내 끈기를 보여준 것_관광경영학과 김영주 / 알바의 추억_유아교육과 양수진 / 고진감래_유아교육과 이지수 / 고구마 밭 풀 뽑기_국제언어문화학부 최명국
둘, 저 미술 그만두려고요
축구_스포츠레저학과 김민석 / 나만 할 수 있는 일_국제언어문화학부 김요나 / 한여름 밤의 꿈_관광경영학과 박미성 / 친구_○○○○○과 ○○○ / 과녁 없이 활쏘기 사회복지학부 유민환 / 수술_○○○과 ○○○ / 가뭄 때 내리는 비 같던 한마디_심리학과 정영선 / 짝사랑_○○○과 ○○○ / 세배_식품생명공학과 차정연 / 광주대 농구부에 오기까지_한국어교육과 홍채린 / 사과 한마디_사회복지학부 김영대
셋, 겨울날의 기억
엄마의 믿음_관광경영학과 조현희 / 말뚝박기_항공서비스학과 성은비 / 트라우마_컴퓨터공학과 배기범 / 미역줄기_컴퓨터공학과 김예림 / 이어지고 있는 거짓말_유아교육과 김유란 / 뜻밖의 장학금_사회복지학부 김윤지 / 타인과 친절_음악학과 김은영 / 공포영화와 허세_사회복지학부 김하은 / 오해_사이버보안경찰학과 문경혜 / 가시나무_○○○○과 ○○○ / 여름방학_한국어교육과 이힘찬 / 겨울날의 기억_관광경영학과 임소영 / 상처보다 아픈 기억_유아교육과 임송이 / 내가 좋아하던 길_국제언어문화학부 전주희 / 첫사랑_외국어학부 최수희 / 편견_보건의료공학과 한건희 / 개도 침을 뱉고 싶을 때가 있다_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병재
넷, 내 마음속 똥개
병아리와 감_사회복지학부 문주용 / 어미개_대체의학과 김휘영 / 나비의 마지막 뒷모습_관광경영학과 김도경 / 길냥이_문헌정보학과 이성훈 / 아구몬 인형_컴퓨터공학과 김예지 / 내 마음속 똥개_국제언어문화학부 주서현
다섯, 샛노란 바나나
악마_사이버보안경찰학과 정민기 / 강하지만 약하고, 약하지만 강하고_항공서비스학과 김대현 / 흑백사진 한 장_문헌정보학과 김미정 / 아버지의 뒷모습_유아교육학과 김민지 / 꼬끼오_건축공학과 김수형 / 식구_문예창작과 김유남 / 아버지와 나_○○○○○ ○○○ / 할머니의 당부_유아교육과 전 이다감 / 샛노란 바나나_사이버보안경찰학과 정서원
여섯, 할아버지와 나비
어느 봄날의 따뜻한 손_한국어교육학과 박주연 / 꿈속에서 다시 만난 딸_관광경영학과 박가희 / 외숙모_관광경영학과 김가은 / 마르지 않는 눈물_유아교육과 김하영 / 소나무 같은 분_관광경영학과 나이솔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_유아교육과 정다해 / 할아버지와 나비_관광경영학과 정누리 /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_음악학과 조미라 / 할아버지 죽음에 대한 기억_유아교육과 조아연
책속에서
평범한 날 평범한 아침에 평범한 교복을 입고 평범한 학교를 나가는 그 등굣길이 나에게는 평범하지 않았다. 벌써 3학년이기에 친구를 사귀기에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버렸고, 내가 배우던 것과는 너무 다른 교육 과정이 따라가기 벅찼다. 그때 나에게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집에 올 때까지의 모든 일이 마치 과녁 없이 활을 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과녁이 없다면 활을 쏴야 할 방향도 모르며 내가 쏜 화살이 날아가는 끝을 볼 수도 없다.
편했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가장 솔직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10년 된 동성 친구한테도 말 못하는 것을 그 아이한테는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우리는 아쉬웠지만 겉으로는 티내지 않으며 다시 호텔로 향하는 길이었다. 우연히 호텔 앞에서 가이드 분을 만났고 지금 어른들끼리 양꼬치에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어른들이 많은 자리라면 질색하는데 그 아이와 좀 더 오래 있고 싶었다. 멀리서 우리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어른들은 맥주 탓인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했다.
“너희 둘 무슨 사이야?”
“이렇게 붙어 다니는 거 보니 서로 좋아하지?”
뜨끔했다.
그런 거 아니라며 손사래 쳤지만 이미 내 마음이 다 들통난 거 같아 그분들과 얼굴빛이 같아졌다. 풋풋한 사랑을 하는 우리가 부럽고 예쁘다고 했다. 옆에서 음식을 조금 먹다 서로 이제 들어가자고 눈으로 말했다. 로비에서 헤어질 때 나에게 번호를 물었고 한국 가면 연락 하겠다고 했다.
그날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행복한 상상을 하다 잠이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고, 아무렇지 않게 텔레비전을 보았다. 꿈만 같았고 꿈이길 바랐다. 나비가 내 곁을 떠났다는 현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집 밖, 곳곳을 돌아다닐 때마다 울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런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나에게 그 녀석은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나는 나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내가 너무 후회되고 미웠다. 불러도 오지 않고 바라만 보며 울던 나비 모습이 나에게 보여 주었던 마지막 모습이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죽을 때가 되면 주인 옆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우리 나비도 그랬던 거구나. 그래서 나를 보고도 오지 않았던 거구나.’
‘내가 너무 외롭게 보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