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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386260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2-08-23
목차
시인의 말 5
1부
흙 12
변주곡變奏曲 14
사람들 속에 살다 15
플라타너스 16
길 18
아내의 반지 19
돌아오는 새 21
5월 유리창 23
편서풍 24
까치의 비행 26
소리들의 합창곡 28
흔들린다는 것 30
부동의 生 32
2부
허허롭다 36
낙엽 한 장 38
물웅덩이 40
모래알 아침 42
스크린 44
내 안에 나무가 살다 45
물방울은 나에게 증거를 남기고 47
흑백영화 49
섬 51
밀어 52
수평선 54
풀잎 56
수돗물 57
3부
느티나무의 기억 60
시詩 62
사이 64
돌멩이가 살아있다 66
거품처럼 67
일기예보 69
2011년 71
데칼코마니 73
눈발에 대한 단상 74
흔들리는 그림자 76
6시 45분 78
비 80
크로키 82
4부
벽 84
묵언수행 85
수수께끼 87
의자 89
시계의 행로 90
포물선 92
풍경 하나 94
가로등, 그리고 빈 의자 96
자화상 98
낙타 100
화초이파리를 잊은 적 없다 102
빨래 104
밤 별 하나 떨어지고 105
복사된 하루 107
해설 “세상은 바람 불고 더없이 고요한데”라는 시적 상황 - 김백겸 110
저자소개
책속에서
흑백영화
길바닥 보도블록에 앉아
옆구리가 쭈그러진 빈 깡통이
무엇이 서러운지 앙앙 울고 있다
언제부터 울고 있는 걸까
운 다음 어디로 갈 것인가
깡통을 빤히 쳐다보니
그의 생을 모조리 읽고 싶었다
그의 삶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 옛날 나도 깡통처럼 운 적이 있다
누구를 위한 긴 울음이었는지
누구를 위한 붉은 울음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한 뼘 두 뼘 흐를수록
추억의 파열음은 점점 울려 퍼지고
바람은 세월의 모퉁이를 갉아먹으며 이동하고
6월의 이파리들은 들판으로 푸르러 푸르러만 가는데
길바닥에 쭈그러진 빈 깡통이
무엇이 서러운지 뜨거운 여름을
앙앙 울고 있다
부동의 生
책상 위에 스테인레스 컵이 하나 있다
자세히 보니 컵 속의 물은
세상의 고요가 잠깐 쉬고 있는 사이
간간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저 컵은 조금의 미동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의 생은,
부동 그 자체라는 짧은 생각이
나를 온통 지배하고 있었으리라
자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며
오직 한 자리에서
온몸으로 물을 감싸며 서 있는,
저 여유
저 자태
저 자연스러움이
책상 위, 또 하나의 풍경을 연출하나니
오묘하여라, 풍경이여
세상의 삶이란
때론 책상 위의 움직이지 않는 저 컵처럼
고상한 生도 있음이니
나는 오늘
저 컵의 한 움큼 生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경배하게 되느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