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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58160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4-09-22
책 소개
목차
Ⅰ. 이제는 돌아와 교문 앞 선
이가 아니면 잇몸이다
힘들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기
명퇴는 없다
EBS 문제집을 풀며
결코 멈출 수 없는 젊은 날의 이정표여
갯마을 동창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
이제는 돌아와 교문 앞에 선, 나는 아직 가슴이 뜨겁다
Ⅱ. 우리들은 나쁘고 힘이 없다
우리들은 나쁘고 힘이 없다
삼길포 그림자는 어디서 지워졌을까?
수능이 끝나면 초겨울이다
잃어버린 가방 그리고 <변호인>
아내와 함께한 26년 만의 탐라 여행
글쓰는 교사로 늙기 위하여
Ⅲ.《닭니》의 연화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닭니》의 연화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그 여자의 졸업 정원제, 그 어두운 시대의 풍경화
사랑의 매 그리고 악어의 눈물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그렇게 떠 있었다
그리고 세월은 쏜살같이 흘렀다
금강이여, 아, 금강이여
공주여, 안개의 도읍이여
Ⅳ. 마라도 편지 - 나에게로 다시 이르는 길
자발적 유배지, 마라도에 들다
악몽, 꿈의 복잡다기성 그 이중적 노출성 그리고 관음증
사흘째 배가 들어오지 않으니
파도소리, 망자들에게 날리는 발신음이 되어
첫 외출, 제주 그리고 다시 마라도
강작가 지네 박멸기
섬은 여전히 고독한 유배지다
강작가, 시낭송하다
제주에서는 한라산이 보여야 안심이다
섬은 기다림에 익숙해야한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25년 만에 인문계 고등학교로 컴백하려는 시점이다. 돌아온 교단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아서, 초로의 사내는 요즘 대학 도서관에서 EBS 문제집으로 몸을 푸는 중이다. 오랜만에 인문계 수능 문제를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도 이상하다. 수십 종의 국어 교과서 중에서 유독 EBS에서만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입시 타법이라니, 정답과 해설판을 움켜쥔 채 감독관 자리에 서는 셈이다. 변화는 또 있다. 외우는 게 사라진 대신 독해력은 스피드 게임이다.
예전 총각 선생 때는 무조건 좔좔 외우기만 하면 해결되었었다. 때까치 여고생들 앞에서 신비스런 포즈를 보여 주기 위해 아예 국어 교과서를 덮은 채 강단에 서기도 했다. ‘불휘 기픈 남 바라매’를 외우면서 ‘용비어천가 2 장에만 유독 중국 고사가 없으며, 순우리말을 상징적으로 사용했다.’부터 운을 띄웠다.
- 본문(EBS 문제집을 풀며)중에서
나는 스무 날이 넘도록 인터넷에 미쳐 일상을 잃었고.
‘카카오톡의 마지막 문장’들을 껴안으며 수도 없이 흐느꼈다.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막느라 동료 교사들과 눈길 맞추기조차 고통스러웠던…… ‘2014년 4월 16일 08시 52 분’으로 마감된 그 시각 영상이 가장 아프다. 다급한 소식에 놀란 세월호 학생의 어느 형이 카카오톡 답변으로.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정신 차리고 천천히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침착하게 달래 줬으나 그 조언은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지 못했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아이들은 기가 막힌 죽음을 만나야 했다. 그랬다. 세월호 꿈나무들은 ‘기다리면 구조가 되리라’ 기도하면서도 하나씩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엄마, 말 못할까 봐 그냥 문자로 내보낸다.’
‘누나 사랑해. 그동안 못해 줘서 미안해.’
‘연극부 아이들아, 진짜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 줘. 사랑한다.’
동아리 후배의 ‘형, 왜 그래. 보고 싶어요.’라고 불안하게 보낸 답장이 마지막 소통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유년의 나처럼 ‘미안해.’ 대신 ‘사랑해요.’를 작별 인사로 남겼다.
- 본문(우리들은 나쁘고 힘이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