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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581962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16-04-17
책 소개
목차
제1부 뒤를 본다는 말
등
뒤를 본다는 말
봄 봄
철밥통
막걸리
마음의 무게
뒷간의 명상
처서 즈음
적당한 거래
운칠기삼 농사
가을은 돌아가는 달
집으로 가는 길
제2부 등의 내력
단풍(丹楓)
그것
등의 내력
쉬, 소리를 돌려드리다
사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다
밥 꽃
밥 꽃 2
누나 생각
밥 꽃 필 무렵
밥에도 뿌리가
이명의 기원
가을 길의 소통법
한 여자가 취한 사연
빳빳하신 분
제3부 자음의 힘
아날로그 종소리
자음의 힘
등짝에 대하여
말하자면, 가을 동화 같은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아름다운 발견
배추밭에 앉아 자퇴서를 쓰다
역설
배알도 ㅤㅇㅡㅄ지
아리랑의 고향
쌀값의 노래
엘리제를 위하여
씨앗의 꿈
제4부 거룩한 인사법
봄날은 간다
거룩한 인사법
유모차가 있는 풍경
아름다운 길
거미의 자세
길에게, 길을 묻다
달궁 마을에 가다
도촬
돼지감자 꽃
배드민턴 가방의 용도
한 소식
나무의 입
호모 크리넥스
해설 | 김상천 ( 문예비평가 )·여기, 미시적 일상에서 빛나는 위대한 타자를 보라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음의 힘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아름답다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시간,
모음은, 마치 홀몸으로도 잘 사는 엄마처럼
혼자서도 소리가 잘 나서, ‘홀소리’라 하고,
자음은, 엄마 없으면 못사는 어린애 같아
혼자선 소리를 못 내고 어미 소리에 닿아야만
소리를 낼 수 있기에, ‘닿소리’라 한단다
목청 한껏 돋우며, 신나게 설명을 해대는데
어느 결엔가 슬쩍 고개 돌리는 아이가 보였다
얼마 전, 급작스레 엄마를 여읜 아이였다
미닫이문을 닫으며 교실을 나서는, 참
생각 없는 국어 선생의 등줄기가 서늘했다
며칠 동안 아이 얼굴과 자음이 겹쳐 밟혔다
꽃, 별, 산들바람, 엄마, 사랑, 소나기, 메밀꽃
이런 말들이 왜 아름다운지
물, 불, 풀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느 순간, 머릿속에 반짝 별이 떴다
그래, 저 말들이 빛나는 건 모음 때문이 아니라
그 앞에 가만히 소리 없이 웅크리고 있던,
자음들 때문이었구나, 이와 입천장에 부딪혀
여기저기 상처난 소리들 때문이었구나
ㄲ, ㅊ/ ㅂ, ㄹ/ ㄱ, ㅁ/ ㅎ, ㄴ
이런 소리들이 서로를 밀고 끌어가는 동안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흘렀구나
내 다음 시간엔 교실 문 다시 열고 들어가
자음의 아름다운 힘에 대해 말해 주리라
혼자서는 제 소리 내지 못하고 주눅 든,
조금 모자란 듯한 것들이 모여 살아가며
서로를 부추키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작고 못나고 여린 것들의 힘에 대하여
밥 꽃 2
그다지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마당가 하얗게 솟아오른 목련꽃봉오리가
꼭 하얀 밥사발처럼 보이던 날이 있다
와룡고개 살던 가난한 재빼기 이 서방
일하러 오시면 마루에서 뚝딱 해치우시던
목련꽃마냥 불쑥 솟아올랐던 그 고봉밥
엄마란 말은 곧 밥의 다른 말이며
아버지라는 말도 가만 가만 파 보면
그 뿌리가 밥에 닿아 있다는 걸 안 후
아빠, 아빠, 하고 숨 넘어 가듯 달려와
등 뒤에서 즈이 애비를 찾는 소리가 꼭
아, 밥, 바압, 하고 부르는 것처럼 들리던
그런 어처구니없는 날이 있다
등 한 복판에서, 커다란 밥 꽃 한 송이가
불꽃처럼 화악 피어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