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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020092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9-10-1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마실 가는 길 12 | 구부러진다는 것 14 | 스마트 마을의 하루 16 | 구룡사 천수관음 18 | 붉은 젖 20 | 빠른 슬픔 21 | 논 거울 23 | 떨어진다는 것 25 | 실종신고 합니다 26 | 억새꽃 28 | 입춘대길 30 | 마을의 유래 32 | 참 다행한 일 34 | 시골의 맛 36
2부
노래의 힘 38 | 몸뻬 바지가 있는 풍경 40 | 19금禁, 활명수活命手 42 | 물든다는 것 43 | 어둑한 길 44 | 길을 가다가, 웬 선문답 45 | 밤꽃 필 무렵 47 | 밥상 위의 대화법 48 | 식구라는 말 49 | 양파에 대하여 50 | 숟가락질 51 | 메주를 위한 시詩 53
3부
노래의 힘 38 | 몸뻬 바지가 있는 풍경 40 | 19금禁, 활명수活命手 42 | 물든다는 것 43 | 어둑한 길 44 | 길을 가다가, 웬 선문답 45 | 밤꽃 필 무렵 47 | 밥상 위의 대화법 48 | 식구라는 말 49 | 양파에 대하여 50 | 숟가락질 51 | 메주를 위한 시詩 53 | 먹먹한 일 65 | 뒤 67 | 가랑잎 편지 69 | 한 수 배우다 71 | 라오스 트럭 노래방 73 | 효자손 75 | 좋은 생각 78 | 둥근 마을 79
4부
다시, 금강에게 82 | 4?3을 부르는 법 84 | 널문리 밤마실 길 86 | 북쪽으로 가고 싶다 88 | 판문점, 민들레 노래방에 놀러 가다 90 | 사이에 대하여 93 | 종이컵 혁명 95 | 늙은, 이라는 말에 대하여 97 | 등나무 98 | 구월 한낮 99 | 무인텔 101 | 기울인다는 것 102
해설
흐르고 머물며 더불어 가는 길_김정숙 103
저자소개
책속에서
구부러진 것들이 있다
세상에 쓸모가 있는 것들은 어디론가
살짝 구부러져 있다 구부러진 길 안쪽에
사람의 마을이 산다 지붕과 밥그릇은 한통속이다
구부린다는 건 굴복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품는 것이다 숟가락의 구부러진 힘이
사람의 목숨을 품는다 뻣뻣한 젓가락으로 뭘 품으려면
대신 구부러진 손가락이 있어야 한다
- 「구부러진다는 것」
너무 빨라서, 슬픈 것들이 있다
젖소 송아지는 어미 배 속에서 나온 지
채 십 분도 안 돼 걸음마를 시작한다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며 오체투지라도 하듯
젖을 찾아 하염없이 노를 저어 나아가보지만,
이마의 양수가 다 마르기도 전에 그만
덜컥 쇠철망 안에 위리안치를 당하고 만다
(……)
저쪽 울타리 너머에서
새끼의 모습 안쓰럽게 바라보던 어미가
음메- 하고 울면서 제 새끼를 부르면
새끼도 고만, 에미 목소리인 줄을 어찌 알고
고개 돌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음마-, 하고 제 엄마를 한번 불러보는 것이다
-「빠른 슬픔」 중에서
어쩐 일인지 며칠째 안 보이던 깜순이가
어디선가 머리가 까만 병아리 한 마리를
불쑥 데리고 나타난 것이었다 까만
머리가 꼭 깜순이를 빼다 박았기에
어디선가 몰래 알을 품었나 보라며
참 별스런 일이 다 있네 하는 마음에
이름을 ‘기적이’라고 붙여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을 것이다
까맣던 기적이의 머리털이 그만
점점 노랗게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은 여전히
한 몸처럼 돌아다니는 걸 바라보노라니
가슴 한쪽이 자꾸 먹먹해지는 것이었다
- 「먹먹한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