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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7798636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8-10-25
책 소개
목차
그 아이
기다림
그 해 겨울
반딧불 눈물
괴물 열차
함박눈 내리는 날
소년을 만나다
은방울꽃 향기
하시마에서 온 편지
꼬마열차를 탄 아이
리뷰
책속에서
얼마 뒤 군인들이 마을에서 여자아이들을 끌고 나와 할아버지가 있는 곳을 지나쳐 갔다. 여자아이들은 가슴에 보따리를 끌어안은 채 다들 울먹이며 겁에 질려 있었다.
머리를 곱게 땋은 한 여자아이가 마치 도와 달라는 듯 애처롭게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은방울꽃 향기가 나던 아이의 누나였다.
순간 할아버지는 군인들을 가로막고 소리를 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발바닥이 땅에 붙어 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고,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놈들! 이 천하에 둘도 없는 몹쓸 놈들!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수없이 외치고 또 외쳤지만 가슴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이상하게도 군인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발이 떼어지고 입이 열렸다.
“이놈들아!”
할아버지는 소리치며 곧바로 군인들을 뒤쫓았다. 하지만 불편한 걸음걸이 탓에 자꾸만 뒤처졌다. 군인들도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열차가 있는 곳까지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할아버지는 꼬마열차에 탄 아이의 누나가 창문으로 보였다. 아이의 누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할아버지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남자아이들이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꼬마열차는 여자아이들을 싣고 떠났다.
할아버지는 열차가 사라진 지평선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얼마 뒤였다. 아이가 울면서 들판으로 달려 나왔다. 아이는 꼬마열차가 사라진 지평선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지평선 자락에서 아이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누나!”
아이의 외침은 메아리도 없이 후덥지근한 여름 저녁 들판 무거운 공기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샛강에 파란빛들이 날아다녔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밤하늘의 별처럼 샛강에 수를 놓았다. 아이의 눈동자에도 반딧불 반짝거리는 샛강이 이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