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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제주도 여행가이드
· ISBN : 9788997835645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14-09-30
책 소개
목차
Theme 제주 숲
'숲을 여행하는 다섯 가지 방법'
삼성혈, 비자림, 사려니숲, 절물자연휴양림,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
Comment 숲 해설
우리 함께 걷자, 곶자왈 산책
interview 숲 해설가 이지영
Note 식물일지
사려니숲 식물일지
Walk 걷는 숲
숲 트래킹 준비하기
숲을 걷는 마음가짐
Story 제주-시詩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거꾸로 걷는다 나희덕 일기_ 김민채
Secret 비밀의 숲
숲길_ 이수영
Sketch 리민통신
바다에서 숲까지, 평대리 편_ 편집부
평대리 그곳, 미쓰홍당무 하우스&풍림다방
Fiction 제주 픽션
모래와 게와 밤이 있는 풍경_박연준
Diary 제주 일기
제주에서 대문이 없다는 것_ 강병항
Season 사계절 제주
제주, 여름_ 예다은
Spot 제주, 여기
송당리 '엣코너 제주'
Behind 독자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겨울에도 잎을 쏟아내지 않는다는 비자나무에게 계절이란 무엇일까. 그들이 견뎌온 시간을 생각한다. 계절의 흐름에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그들도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여름이 가을이 되고 또 봄이 되어 싱그럽게 푸른 날들이 몇 번이고 돌아오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비가 떨어지는 날에도, 햇살이 찌르는 날에도 늘 그 푸름을 지켜내는 비자림에서 나는 신기하게도 계절을 읽는다. 계절의 바람을 느낀다. 나무들은 그런 나를 보며 시간을 엿보리라. 세월을 가늠해보리라. 여름의 나와 겨울의 나를 보며 비자나무는 그렇게 계절을 읽어낼 것이다.
- ‘숲을 여행하는 다섯 가지 방법, 비자림’ 중에서
우리 함께 걸으며 보았듯, 숲의 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다른 식물들과 경쟁해왔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저마다의 방어기제도 갖고,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향도 가지면서 말이지. 그런데 그 과정에 인간이 개입하는 순간, 숲의 생태는 엉망진창이 돼. 인간이 자연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이 숲 속에는 우리가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우리가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남듯, 그들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을 뿐이지. 숲이 아름다운 건, 오늘에 가장 충실한 하나하나의 식물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야. 가장 빛나는 오늘을 사는.
- ‘우리 함께 걷자, 곶자왈 산책’ 중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숲을 안다는 것이 꼭 식물의 이름이나 학명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식물의 이름을 알면 자신이 숲을 안다고 착각한다. 숲에 찾아오면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 식물의 이름은 뭐예요?” 하고 묻는다. 나무 이름을 답하고 나면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으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다 아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성격은 어떠한지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며 생활하는지, 어떠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어떠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알았을 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듯, 숲도 마찬가지이다. 숲을 제대로 알고 걸으면 숲과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숲 해설가 이지영 인터뷰’ 중에서
앞서 걷는 당신의 뒷모습을 본다. 머리끝부터 목덜미, 어깨, 팔, 손, 허리, 다리, 발목, 발까지. 내 앞에 당신이 걷고 있다. 뒤를 돌아보길, 아니 돌아보지 않길, 아니 돌아보길. 끝없이 마음을 저울질하다가 설핏, 돌아서려는 당신의 뒤통수에서 눈길을 뗀다. 온통, 비자나무였다. 가까워지길, 아니 가까워지지 않길, 아니 가까워지길. 마음은 또 이리저리 날뛰고 걸음은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를 반복한다. 결국 우리 사이엔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수없이 반복된다. 당신과 나는 가까워지지 못한 채, 딱 그만큼의 거리를 남겨두고 걷는다. 비자나무가 가득하다는 숲길을 따라.
- ‘김민채,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거꾸로 걷는다’ 중에서
순간 보이지 않는 손길이 아이의 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통과된 빛이 아이의 얼굴 위에 떨어졌다. 마치 수많은 아이들이 손(나뭇잎)을 활짝 펴, 빛을 가려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란코는 흔들리는 나뭇잎과 무릎을 베고 잠든 아이와 바다 앞에서 잠시 편안함을 느꼈다. 나뭇잎은 위, 아래, 양옆으로 흔들리며, 손가락 사이로 할 수 없이 빠져나간 빛만을 통과시켰고, 빛은 아이의 얼굴에 일렁임을 만들었다. 란코는 아이의 목덜미와 팔꿈치, 손목 둘레를 휘젓고 다니는 빛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깍지 낀 손가락 사이사이에도, 떨어뜨린 목발 손잡이에도 빛이 고였다. 누군가 이 순간을 그리면 좋겠다고, 란코는 생각했다.
- ‘박연준, 모래와 게와 밤이 있는 풍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