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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망원동 브라더스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은이)
  |  
나무옆의자
2013-07-10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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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책 정보

· 제목 : 망원동 브라더스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7962129
· 쪽수 : 344쪽

책 소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연체된 인생들, 찌질한 네 남자가 코딱지만 한 망원동 옥탑방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개인이란 없다! 우리는 우리를 간섭한다." 대책 없는 포 트러블 브라더스가 뒤죽박죽 뒤엉켜 펼치는 고군분투 인생 재기 프로젝트.

목차

김 부장 귀국하다
버진아일랜드는 어느 바다에 떠 있는가?
슈퍼할아버지의 펀치 콤비네이션
인생은 타임
싸부와의 재회
가깝고도 먼, 망원과 홍대 사이
펭귄 아빠, 나 이거 된다고 봐
덕이 있는 자는 결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으니……
떴다! 삼척동자
아귀찜과 데킬라
어쨌거나 날씨는 한결 시원해지고 있으니
추석
마감, 그녀
달려라, 해장마차!
소파와 욕조
굿바이, 망원동
댄싱 인 더 옥탑
침대에서 통성명하기
망원동 브라더스
11월의 비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김호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영화·만화·소설을 넘나들며 온갖 이야기를 써나가는 전천후 스토리텔러. 1974년 서울생.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 기획자로 일하며 쓴 「실험인간지대」가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같은 출판사 소설 편집자로 남의 소설을 만지다가 급기야 전업 작가로 나섰다. 이후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실천하던 중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와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 『김호연의 작업실』(2023)을 펴냈고, 영화 「이중간첩」(2003), 「태양을 쏴라」(2015)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2017)의 기획에 참여했다. 2021년 『망원동 브라더스』에 이은 ‘동네 이야기’ 시즌 2 『불편한 편의점』을, 2022년 『불편한 편의점 2』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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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결국 나는 1. 불을 켜고, 2. 선풍기를 김 부장에게 고정하고, 3. 방문을 닫고, 4. 눈에 불을 켜고 박수 쳐가며 방 안 모기를 다 잡아 죽인 뒤, 5.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더위에 쪄 죽더라도 모기는 질색이다. 김 부장 취향은 모르지만 그는 바람을 얻었고 모기에겐 노출됐다. 무릇 인생이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나는 공평한 내 처사에 스스로에게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뒤이어 밀린 잠이 스멀스멀 올라와 더위도 잊을 즈음, 마루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젠장, 김 부장의 코골이가 시작됐다. 모기가 코의 알람이라도 건드렸나보다. 그렇게 코골이 대마왕 김 부장의 공습으로 인해 나는 좀처럼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역시 삶은 공평하지 않다.


“안녕하셨어요?”
“자네 아직 일자리 못 구했는감?”
펀치 한 방.
“예, 알아보고는 있는데…….”
“망원시장 청과상에 배달 일 알아봐줄까? 싫지? 대학교 나왔다고, 그치?”
펀치 두 방.
“그래도 제 전공은 살려보려고요.”
“전공. 암, 전공 좋지. 근데 저 족발은 뭐여?”
펀치 세 방.
곧 곰 한 마리가 굴에서 나오듯 김 부장의 두툼한 몸집이 텐트에서 빠져나온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저는 이 친구 선배 김창경이라고 합니다.”
슈퍼할아버지 표적이 금세 김 부장으로 바뀌는 게 느껴진다. 나로선 다행. 김 부장은 덩치가 커서 표적도 넓다. 슈퍼할아버지는 자기 앞에 와 선, 자기보다 20센티미터는 더 큰 김 부장 안면을 꼼꼼히 올려다본다. 그러고는 나를 돌아본다. 안 돼! 표적을 바꾸지 마세요.
“선배라고 하기엔 너무 늙은 거 아녀?”
펀치 네 방.
“하하, 제가 좀 들어 보이긴 해도…….”
“됐고, 내가 며칠 여길 눈여겨봤어. 보아하니 길 잃은 곰 한 마리가 미루나무 위 참새 둥지에 누운 꼴이더만. 어이 자네, 저 친구도 불편해하는 거 같던데 그만 떠나시지.”
펀치 다섯 방.
“어르신, 말씀 참 명쾌하십니다.”
“이보게. 난 정확한 사람일세. 나는 세입자 한 명만 받는 걸로 이 친구 들였으니까, 더 있을 거면 자네 분 월세를 더 내든가 아님 빨리 이거 철거혀!”
펀치 여섯 방.
“그게, 제가 지금 갈 데가 없어서…… 당분간은…….”
그러자 슈퍼할아버지가 번개같이 몸을 숙여 텐트 폴대를 움켜쥐었다.
김 부장과 나는 다급히 텐트를 붙잡았다.
“텐트 확 뒤집어버릴까? 월세 낼겨, 안 낼겨?”
펀치 일곱 방.
“할아버지, 그럼 제 월세에서 10만 원만 더 내면 안 될까요? 그러니까 5백에 40으로…….”


“많이 맵냐?”
“캡사이신 범벅이에요. 오뎅 국물은 뜨거운 건 둘째 치고 간장국이고요.”
“망하려고 작정했구먼. 행사 재밌게 한다고 일부러 맛없게 만들면 쓰나?”
“괜찮아요, 형님. 어차피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돌아보자 김 부장이 순간 손에서 무언가 꺼내 입 안에 뿌려넣는다. 레모나? 가그린? 순간 싸부가 큭큭 웃음을 참고, 김 부장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곤 전장에 나가듯 행사대로 향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김 부장은 엄청난 속도로 떡볶이부터 끝장을 낸다. 사회자는 LTE급 속도라며 ‘빠름, 빠름’ 추임새와 함께 김 부장을 칭찬한다. 싸부는 경마장에서 배팅한 말을 응원하듯 주먹을 쥐고 광분한다. 내가 아까 그거 뭐냐고 묻자 싸부는 히죽이고는 칙칙이란다. 칙칙이, 그게 뭐지? 갸우뚱하는 나를 보고 싸부가 피식 웃고는 감각 둔해지라고 거기에 뿌리는 거란다. 윽, 듣고 보니 알겠다. 지금 김 부장이 맵고 뜨거운 거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쑤셔넣는 건 감각을 둔화시키는 칙칙이를 입안에 뿌렸기 때문이다. 우워어, 저 몹쓸 승부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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