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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47733
· 쪽수 : 96쪽
책 소개
목차
1
메아리
사라 호
이 볼펜으로
.
.
.
2
전라도7
벼
우리들의 양식
.
.
.
3
맞아들이는 산
당신은 우리 편이 되어야 합니다
깨끗한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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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산
그리운 것들은
너를 보내고
.
.
.
5
삼각산
산길
상암동
.
.
.
저자소개
책속에서
메아리
혼자만이 가지는 시간이
이제 내게는 슬프지 않다.
새벽마다 걸어보는 숲 속 길에
어디선지 메아리가 들려오고
도로 들려오고…
그 투명한 사랑의 중량.
그리고
모든 것을 부딪쳐 돌아오는
아아 그 폭넓은 음향.
드디어
메아리는
머언 그리운 이의 모습을 하고
나를 부르는 손짓이 된다.
아니
이렇게 나를 애태우는
그림자 없는
그것이 된다.
이 볼펜으로
시를 쓰는 마음은 다른 마음과는 다르다고
사랑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우리는 배웠어 교과서에서.
이 볼펜으로
사랑을 적기 위하여
한 점 붉디붉은 시의 응결을 찍기 위하여
오늘 밤 나는 다른 마음이 되고 싶다.
좀 멀리 다른 데를 보고 싶다.
그러나 가령 우리가,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아픔을 지켜볼 때, 그가 과연 견디어 낸 삶이
발버둥과 아우성이라고 느껴질 때,
그는 정말로 죽음을 죽고 있다고 발견됐을 때,
그리하여 그들이 잃을 수 있는 것은
죽음밖에 더 다른 것이 없음을 알았을 때,
죽음뿐으로 다른 삶이 태어날 수 있었을 때,
죽음은 새로움의 밑거름이 되었을 때,
그 크낙한 싸움의 이김을 보았을 때,
힘을 가졌을 때.
나는 다른 마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아아 다른 마음은 이토록 나를
얽매이게 하는구나, 나를 더없는 용기로 뭉쳐주며
그러나 나를 끝끝내 묶어버리는
시·문화·우리들의 사랑·교과서 따위.
형편없는 술은 쉽사리 사랑을 버리게 하고
쉽사리 삶을 깨닫게 한다.
교과서는 틀린 것도 아니고 옳은 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가르치지만, 그것들은 부지런히 말하고
큰소리로 외치지만,
이 볼펜으로 이 사랑으로 시로
나는 베트남으로 갈 것이냐 온갖 것 그만두고
대통령을 할 것이냐 술 마실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