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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47856
· 쪽수 : 112쪽
책 소개
목차
1
황토길
비녀산
녹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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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방1
타는 목마름으로
빈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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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시: 소를 찾아 나서다
애린
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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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쉰
목련
중심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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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 한때
흰 그늘
나의 운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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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비녀산
무성하던 삼밭도 이제
기름진 벌판도 없네 비녀산 밤봉우리
웨쳐부르던 노래는 통곡이었네 떠나갔네
시퍼런 하늘을 찢고
치솟아 오르는 맨드라미
터질 듯 터질 듯
거역의 몸짓으로 떨리는 땅
어느 곳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옛이야기 속에서는 뜨겁고 힘차고
가득하던 꿈을 그리다
죽도록 황토에만 그리다
삶은
일하고 굶주리고 병들어 죽는 것
삶은 탁한 강물 속에 빛나는
푸른 하늘처럼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것
송진 타는 여름 머나먼 철길을 따라
그리고 삶은 떠나가는 것
아아 누군가 그 밤에 호롱불을 밝히고
참혹한 옛 싸움에 몸 바친 아버지
빛바랜 사진 앞에 숨죽여 울다
박차고 일어섰다
입을 다물고
마즈막 우럴은 비녀산 밤봉우리
부르는 노래는 통곡이었네 떠나갔네
무거운 연자매 돌아 해 가고
기인 그림자들 밤으로 밤으로 무덤을 파는 곳
피비린내 목줄기마다 되살아오고
터질 듯한 노여움이 되살아오고
낡은 삽날에 찢긴 밤바람
웨쳐대는 곳
여기
삶은 그러나
낯선 사람들의 것.
녹두꽃
빈손 가득히 움켜쥔
햇살에 살아
벽에도 쇠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
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 속의 깊고
깊은 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 날이 갈수록
홉뜨는 거역의 눈동자에 핏발로 살아
열쇠 소리 사라져버린 밤은 끝없고
끝없이 혀는 짤리어 굳고 굳고
굳은 벽 속의 마지막
통곡으로 살아
타네
불타네
녹두꽃 타네
별 푸른 시구문 아래 목 베어 횃불 아래
횃불이여 그슬러라
하늘을 온 세상을
번뜩이는 총검 아래 비웃음 아래
너희, 나를 육시토록
끝끝내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