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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98120412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책속에서
우리는 걸핏하면 며칠씩 가출했다. 베라의 오빠가 있는 뮌헨으로도 갔고, 암스테르담이나 보덴 호수로도 갔다. 학교에 내는 사유서는 우리가 직접 작성했다. 베라는 우리 엄마의 서명을 꽤나 그럴듯하게 위조했고 나는 베라 엄마의 서명을 흉내 내어 적었다.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가 끝나면 나는 하루라도 빨리 베를린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곳엔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곳에 살면 군대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과, 장벽이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간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투른슈 박사는 그 밖에 또 어떤 자살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시선이 아이들 좌석 사이를 배회하다가 내게 와서 멈췄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회프너 군”
그걸 내가 어찌 안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 바보 같은 짓이다. 이유가 뭐였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자살에 성공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물어볼 수 없다. 자살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물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내용이 중요할까? 어쩌면 실패한 자살에는 성공한 자살과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정신병원은 시내를 벗어난 변두리에 있었다. 신경병원이라고도 부르는 곳이었다. 작은 성처럼 외벽을 석고로 장식한 옛날 건물이었다. 병원이 지어졌을 때만 해도 주변은 숲이었다.
나는 한 번도 정신병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방문객으로도 가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