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98120436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이 인간이!” 오토 트르스니에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위 도살업자라고 하는 이 인간이 말이야, 아니지, 가짜 소시지 제조업자라고 해야 훨씬 정확하지. 왜냐하면 자기가 만드는 소시지에 오래된 지방과 톱밥을 넣거든. 어쨌든 이 인간의 손에, 소시지에 장난치는 이 가짜 소시지 제조업자의 손에 피가 묻었어. 게다가 머리에는 똥이 들었고 가슴에는 시커먼 심술이 들어앉았지. 그런데 둘러보면 이 인간 혼자만 그런 게 아니야. 지금까지는 돼지만 죽었어. 아니, 저 인간 말대로 닭 몇 마리만 죽었어.지금까지는 담배 가게만 이렇게 더러워졌어. 그런데 지금 여기있는 당신들한테 한번 물어봅시다. 다음번에는 누구 차례일까? 다음 목표물은 뭘까?”
“진실이라…….” 프란츠는 걱정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프로이트의 말을 반복했다. “사람들이 교수님 카우치에 눕는 건 그런 진실을 듣기 위해서인가요”
“아이고, 무슨.”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하고 짤막해진 오요를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늘 진실만 말한다면 진료실은 먼지가 쌓이다가 텅 비어서 작은 사막처럼 될 거야. 진실은 생각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인생에서도 그렇고, 정신분석에서도 그렇지. 환자들은 생각나는 걸 이야기하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단다. 반대로 할 때도 많아. 내가 생각나는 걸 이야기하고 환자들이 듣는 거지. 우리는 이야기하고 침묵하고, 침묵하고 이야기한단다. 그렇게 하면서 틈틈이 영혼의 어두운 면을 함께 탐색하는 거지.”
“흠.” 프란츠는 한 손을 이마에 대고 이마 안쪽에서 생각들이 제멋대로 헝클어지려는 것을 막아보려 했다. “혹시 교수님의 카우치 진료법이 사람들을 편안하지만 닳고 닳은 길에서 끌어내어 완전히 낯선 자갈밭으로 보내기 위한 것인가요? 그래서 거기에서 힘겹게 길을 찾게 하기 위한 것인가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과연 그게 목적지로 통하는지도 모르는 길을요”
프로이트의 눈썹이 올라가고 천천히 입이 벌어졌다.
“그런 건가요” 프란츠가 다시 물었다. 프로이트는 마른침을 삼켰다.
“왜 저를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세요, 교수님”
“내가 너를 어떻게 쳐다봤는데”
“모르겠어요. 제가 아주 말도 안 되는 멍청한 말을 한 것처럼 쳐다보셨어요.”
“아니야, 넌 멍청한 말을 하지 않았어. 절대로 그렇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