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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98120689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0-10-23
책 소개
책속에서
계단은 생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모두가 생각의 계단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12층이 딱 완벽하다. 올라가는 데엔 3분26초가 걸리고, 내려오는 데엔 2분 18초가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라켈은 중간 정도로 어려운 수학 문제 하나를 풀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휘파람으로 불었다. 혹은 떠나온 고향 도시를 생각했다.
“D단조는 모든 조들 중에 가장 슬퍼.”
라고 다비드가 말했다. “위대한 작곡가들이 진짜 아름다운 곡을 썼을 땐 항상 D단조였어. 시벨리우스의 D단조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아니면 멘델스존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흐의 샤콘도.” “그런데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A장조잖아.” 라켈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건 프랑크의 소나타에서는 기쁨과 슬픔이 촘촘히 엮여 있어서 둘을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야.”라고 다비드가 답했다. “마치 장조와 단조가 곡에 함께 녹아들어 있는 것처럼 말이야. 곡이 우주의 모든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처럼.” 마치 사랑하는 것처럼, 라켈은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사랑을 하게 되면, 이 소나타처럼 강렬하고 아름다울거야. 단조로 온 너는 장조로 머무르리라.
그녀가 야콥 크록스타를 만난 후 그녀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것 같았다. 구내 식당에서 그를 처음 만난 순간이 새로운 시대를 구분하는 원점인 것처럼. 지금부터는‘A.D. (기원후)’ 대신에 ‘A. J. (야콥 크록스타 후)’라는 연호법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A. J. 1년. 야콥 크록스타를 처음 만난 후, 그를 구내 서점에서 다시 마주치다.
A. J. 2년. 그녀가 황금비에 대한 발표를 하다.
A. J. 3년. 그녀가 위상 수학 수업을 듣다.
A. J. 4년. 그녀가 전공 과목으로 프랙털 이론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다.
A. J. 5년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