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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지은이), 김남주 (옮긴이)
문학동네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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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41614904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6-01-19

책 소개

공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로맹 가리의 대표 단편 16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문명의 위선과 인간의 양면성을 고발하면서도, 절망 속에서 다시 삶을 붙드는 용기와 희망을 함께 이야기한다.
공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 로맹 가리의 걸작 단편선

고결한 인간성에 대한 낙관을 비틀고
문명의 위선을 고발하는 열여섯 편의 이야기들

전무후무한 공쿠르상 중복 수상 작가 로맹 가리
문명화 시대의 폭력과 인간의 양면성을 파헤친 대표 단편선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에게 두 번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로맹 가리는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자기 앞의 생』으로 두번째 공쿠르상을 거머쥐었다. 명예로운 소설가였던 로맹 가리는 한평생 전쟁의 상흔 속에 살아야 했다. 1차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태어나 프랑스로 이주했으며, 2차세계대전에는 프랑스 공군으로 복무했다. 그동안 전쟁 영웅으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부모와 연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이렇게 로맹 가리의 생애에 드리운 고독과 허무는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로맹 가리의 대표작 16편을 수록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시대에 발맞춘 번역으로 재탄생하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2번으로 출간된다. 영화로도 상영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부터 이 소설집의 초판본 표제작이었던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까지, 날카로운 위트가 돋보이는 걸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로맹 가리는 문명의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폭력, 용기와 기만을 동시에 보이는 인간의 양면성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독자들에게 심오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지면서도
인간이기에 품을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다

로맹 가리는 인간의 양면성에 환멸을 느끼며 여러 차례 질문을 던진다. 「어떤 휴머니스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본능의 기쁨」에서는 폭력 앞에 굴복하고 힘을 내세우는 인간의 저열함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류트」 「몰락」 「가짜」 「영웅적 행위에 대해 말하자면」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를 통해서는 인간의 자기기만적 모습을 꼬집는다. 「고상함과 위대함」 「역사의 한 페이지」 「벽-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에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인물들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기도 한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깊은 혐오감에 사로잡혀 낙담한 채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세상은 다시 한번 나를 배신했다. 대도시에서든 태평양의 가장 작은 산호초 섬에서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계산이 인간의 영혼을 더럽히고 있다. 순수에 대한 내 끈질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정말이지 무인도로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인가. _「도대체 순수는 어디에」에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면을 낱낱이 고발하는 한편, 로맹 가리는 인류가 지켜온 용기와 사랑의 힘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표제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는 고난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비관적 상황에서도 행복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잔혹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을 비웃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품을 내어주는 용기가 우리의 삶을 붙드는 실낱같은 희망이 된다고 말한다.

그의 내면에는 체념을 거부하고 줄곧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어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삶 깊숙이 숨겨져 있는, 황혼의 순간에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 대책 없는 어리석음 같은 것이 그의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떤 실패로도, 어떤 냉소주의로도 결코 없앨 수 없는 무구함이, 스페인 전장에서 베르코르의 레지스탕스로, 쿠바의 시에라마드레산으로,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잃은 듯한 결정적인 체념의 순간에 다가와 또다시 유혹하는 두세 명의 여자들에게로 그를 밀어붙인 환상의 힘이. _「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수록작

죽음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지상의 주민들」
로맹 가리는 연이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에 대해 말한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는 전쟁에 지쳐 페루의 해변으로 도피한 남자 레니에와 죽음을 선택하러 해변으로 걸어들어가는 여자가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섬세하게 펼쳐진다. 「지상의 주민들」의 두 인물, 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정신적 충격으로 시력을 잃은 여자와 전쟁에서 겨우 살아남은 볼품없는 남자는 목적지로 가는 길을 잃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의지해 좌절을 딛고 일어선다. 두 작품은 더이상 희망을 꿈꿀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다시 행복을 이야기하는 인간의 힘을 보여준다.

인간의 폭력성과 저열함 - 「어떤 휴머니스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본능의 기쁨」
로맹 가리는 우리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저열함을 폭력 앞에 낱낱이 파헤친다. 「어떤 휴머니스트」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믿은 한 유대인의 신뢰가 친절로 포장된 친구의 기만에 의해 낱낱이 깨진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에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얻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유대인이 자신을 고문했던 독일군에게 뇌물을 갖다바치며 마음의 안정을 얻는 비극적인 광경이 묘사된다. 「본능의 기쁨」에서는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난쟁이와 거인을 타자화하여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

위트 있게 그려낸 자기기만 - 「류트」 「몰락」 「가짜」 「영웅적 행위에 대해 말하자면」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자신의 이상이 현실에 배반당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까. 로맹 가리는 자기기만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을 짚어낸다. 「류트」에는 완벽한 외교관 집안이라는 허울에 사로잡혀 남편 N 백작의 부족한 면을 끝없이 메우는 아내의 모습이 처연하게 그려진다. 급진적 노동운동가로 알려졌던 인물의 변절과 그 모습에 분개한 ‘나’의 극단적인 선택(「몰락」), 예술작품의 진위를 종교의 율법처럼 절대적으로 여기던 S가 자신의 안목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의 행보(「가짜」) 모두 자기기만에서 비롯된다. 용기와 희생정신을 말하며 자신을 위대한 모험가로 포장하는 인물의 허상을 파헤친 「영웅적 행위에 대해 말하자면」과 물질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순수함을 되찾으려 작은 섬으로 떠났지만 고가의 예술작품 앞에 신념이 무너지는 인물의 모순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역시 자기기만을 감행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낸다.

문명의 위선에 대한 고발 - 「비둘기 시민」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
과학과 문명의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의 삶은 진보하고 있는가. 로맹 가리는 ‘더 나은 삶’이라는 구호에 질문을 던진다. 「비둘기 시민」에서는 숫자로만 치환되는 물질주의 시대에서 인간이 느끼는 무상함을 이야기한다.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에서는 인간의 신체가 동물처럼 진화하는 가상의 미래를 상정하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어가는 중에도 국가의 발전이라는 사명에 충성하는 인물을 통해 문명을 신봉하는 세태를 풍자한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힌 인간의 어리석음 - 「고상함과 위대함」 「역사의 한 페이지」 「벽-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오로지 ‘나’에 갇혀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인간의 잔혹함과 어리석음은 편재해 있다. 「고상함과 위대함」의 코프는 히틀러의 ‘대의’를 따라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겠다며 루마니아 적진으로 들어가지만 루마니아인들에 의해 초라한 결말을 맞이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의 세르비아 총독은 항독 운동가들을 계속 처형해도 저항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불안감에 휩싸인다. 사후세계에서 영혼들이 군대를 조직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총독은 스스로 영혼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부하는 그를 돕겠다고 나선다. 짝사랑하던 옆방 여자의 신음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오자 난잡한 세태를 비관하고 죽은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벽-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향을 떠나 모험가가 되어 일방적으로 엽서를 보내며 같은 마음일 거라 오해한 메지그의 일생을 재치 있게 그려낸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모두 스스로에 대한 과신에 기만당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그린다.

목차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009
류트 033
어떤 휴머니스트 059
몰락 069
가짜 095
본능의 기쁨 115
고상함과 위대함 131
비둘기 시민 145
역사의 한 페이지 155
벽—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173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181
영웅적 행위에 대해 말하자면 189
지상의 주민들 199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217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229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 245

해설 | 영원히 소설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이광진) 267
로맹 가리 연보 279

저자소개

로맹 가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 여러 잡지에 단편을 기고하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 1962년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미국에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확고한 명성을 구축했다. 유명해진 자신에 대한 외부의 기대와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순 살이 되던 1974년 에밀 아자르라는 또다른 필명으로 『그로칼랭』을 발표했다. 이 작품으로 프랑스 문단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아자르는 파리 좌안의 고골, 어둠에 잠긴 파리의 푸시킨”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듬해 역시 같은 이름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해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라는 두 문학적 정체성 사이에서 기묘한 줄다리기를 해나가던 그는 자신이 에밀 아자르임을 밝히는 유서를 남기고 1980년 12월 2일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전 세계 문학계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고, 로맹 가리는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공쿠르상을 중복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문학 거장의 진면목을 확인케 하는 로맹 가리의 걸작 단편선이다. 열여섯 편의 기발하고 신랄한 소설들은 삶의 모순과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적발하고 풍자함으로써 심오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표제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1968년 로맹 가리가 직접 연출을 맡아 영화화되었고, 그의 아내이자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배우 진 시버그가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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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문학과 영미문학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녹턴』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음의 심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슬픔이여 안녕』, 로맹 가리의 『여자의 빛』,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함머클라비어』 『비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 『사라지는 번역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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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하지만 그는 익숙해져 있었다. 사람을 쓰러뜨리고 뒤엎고 바닥으로 내던졌다가, 두 팔을 뻗고 두 손을 쳐든 채 물위로 다시 올라가 지푸라기가 눈에 띄는 순간 매달릴 시간만 남겨놓고 갑작스레 놓아버리는,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강렬하기 짝이 없는 고독의 아홉번째 파도에. 그 누구도 극복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의 유혹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구역질이 납니다, 선생님. 정말이지 구역질이 난다고요. 그들은 속속들이 사악합니다. 난쟁이와 거인이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며 어떻게 즐거워할 수가 있는지 정말 궁금해요.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들이 원하는 거죠. 그 이상으로 그들이 재미있어하는 것도 없어요. 하지만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가는 곳마다 저 장대 같은 녀석을 끌고 다녀야 합니다. 녀석에게 무슨 일이 닥친다는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려요. 그렇게 되면 내 공연은 또 엉망이 되고, 나는 빈털터리가 되고 말 테니까요.


“인간의 문제, 그것은 모두가 연루되는 치사한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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