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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98120825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2-04-28
책 소개
목차
1장 도둑
2장 잠긴 문
3장 해처리 시험
4장 미러클리프
5장 산 자들의 터널
6장 스카운드럴스럭
7장 죽음의 원소
8장 이어리
9장 단층선
10장 은빛 골칫덩이
11장 아일랜드의 비밀
12장 변이
13장 초콜릭 커스터드
14장 불의 축제
15자 야생 유니콘 떼가 몰려오다
16장 스카이배틀
17장 스피릿 아지트
18장 승리의 나무
19장 묘지
20장 훈련 경기
21장 위버
22장 집
리뷰
책속에서
“잠깐만.” 아빠는 TV 화면 앞에 서 있었다. “뭔가 잘못됐어.”
스캔다르는 아빠 옆으로 다가갔다. 케나도 다른 쪽 옆에 가서 섰다. 스캔다르는 군중이 소리 지르는 걸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더는 흥분의 함성이 아니었다. 그건 공포에 질린 소리였다. 유니콘들은 더는 결승선 아치로 들어오지 않았다. 해설자들은 말이 없었고, 촬영 감독
들마저 자리를 이탈한 듯 화면은 고정된 채로 경기장만을 계속 비추고 있었다.
유니콘 한 마리가 경기장 중앙에 착륙했다. 그 유니콘은 선세츠블러드나 뉴에이지프로스트, 마운틴스피어 같은 다른 유니콘들과 전혀 닮지 않았다. 우승 퍼레이드는 중단되었다. 그 유니콘의 날개는 마치 박쥐의 날개처럼 깃털이 거의 없고 피골이 상접해 뼈대만 두드러져 보였
다. 유니콘의 두 눈은 유령이 나올 법한 붉은 구멍이었다. 턱에는 피가 고여 있었고, 이빨은 당장이라도 대회에 참가한 유니콘들을 공격할 듯 그들을 향해 드러나 있었다.
스캔다르는 그 유니콘의 뿔이 투명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비로소 깨달았다.
“야생 유니콘이에요.” 스캔다르가 숨을 내쉬었다. “아일랜드에서 메인랜드에 보낸 그 옛날 영상에 나왔던 것과 같은 야생 유니콘이네요. 오래전 유니콘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메인랜드에 증명해 줬던 그 영상 있잖아요. 유니콘들이 마을을 공격했을 때…….”
“뭔가 잘못됐어.” 아빠가 아까와 같은 말을 했다.
“야생 유니콘일 리 없어.” 케나가 속삭였다. “라이더가 있잖아.”
스캔다르는 그 유니콘에 사람이 올라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케나의 말대로 그것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 라이더가 걸친 검은 수의의 해지고 찢어진 밑단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굵고 하얀 줄무늬가 라이더의 목덜미에서 정수리까지 얼굴을 가렸고, 그 위로 짧고 검은 머리로 이어졌다. 유니콘이 발굽으로 허공을 가르며 몸을 일으키는 동안 짙은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유령 라이더가 의기양양하게 함성을 지르고 유니콘이 날카롭게 울부짖자 연기가 경기장에 자욱해졌다. 스캔다르는 그 유니콘이 카오스컵 출전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았다. 발굽 주위에서 불똥이 춤을 추었고 라이더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이 화면을 밝혔다. 시커먼 연기로 화면이 완전히 컴컴해지기 직전, 그 라이더가 돌아서면서-의도적으로 천천히-뼈밖에 없는 기다란 손가락을 들더니 카메라를 똑바로 겨누었다.
그다음부터는 오직 소리만 들렸다. 원소 마법이 폭발하고, 유니콘들은 귀가 찢어질 듯 울부짖었다. 그보다 더 큰 비명 소리가 군중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우레와 같은 발소리로 미루어보건대 아일랜더(Islander, 아일랜드 사람)들이 관중석에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일랜더들이 황급히 카메라를 지나치고 겁에 질린 목소리들이 뒤범벅이되는 가운데, 스캔다르는 어떤 단어가 반복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위버(Weaver, 베 등을 짜는 사람).
스캔다르는 위버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없지만 군중이 그 말을 수군대고 부르짖고 외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스캔다르 스미스 출두!” 남자가 우렁차게 외쳤다.
스캔다르는 납처럼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해처리 문으로 다가갔다. 그냥 그대로 헬리콥터까지 뛰어가고 싶은 정신 나간 충동이 일었다. 스캔다르가 결코 알지 못할 길. 그는 이 문에 도전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늘 자신과 운명으로 맺어진 유니콘이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캔다르는 라이더들의 불 같은 시선이 저 위에서부터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 손을 내밀어 해처리의 차가운 화강암 문에 손바닥을 올려놓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심장이 멈춘 것 같은 한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캔다르의 귓전에 미러클리프에 거세게 부딪히는 파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우성이 들렸다. 스캔다르는 문을 응시했다. 너무나 낙심한 나머지무릎이 움찔거리고 어깨가 축 처졌다. 그는 한 발짝 물러나면서 손바
닥을 거두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돌이 끌리는 소리가 나고 오래된 경첩이 크게 삐걱거렸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해처리 문이 열리고 있었다.
짜릿한 흥분이 스캔다르의 발가락에서부터 손끝까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스캔다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문이 충분히 열리자마자 그는 얼른 그 둥그런 입구를 통과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스캔다르의 등 뒤에서 거대한 문이 도로 닫혔다. 스캔다르는 해처리에 들어와 있었다! 해냈다! 그는 이제 라이더였다. 어떻게 해처리에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여기 어딘가에 유니콘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애타게 기다려 왔던 것처럼 13년간 그가 오기만을 기다
렸을 유니콘이. 스캔다르는 감히 믿을 수조차 없었다. 혹시라도 빼앗길까 봐 ‘라이더’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스캔다르는 차가운 돌바닥에 드러누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 안도와 피로와 행복의 눈물을.
“개브리얼 머리 봤어?” 바비가 눈을 굴렸다.
플로가 그 이야기에는 더 열성적이었다. “아까 흙 마법 훈련 시간에 변이를 일으켰잖아, 내가 다 봤어!”
개브리얼은 그들과 가까운 플랫폼에 잭과 로밀리와 앉아 있었다. 흑갈색 머리카락이 돌로 변해서 그리스 조각상의 꼬불꼬불한 머리처럼 보였다. 그 색깔이 개브리얼의 유니콘 퀸즈프라이스의 연회색과 딱 맞아떨어졌다.
“머리가 저렇게 되니까 진짜 ‘록킹(rocking, 멋진)’하네. 맞지?” 바비는 자기 농담에 자기가 웃었다.
“사리카와 메이블도 이번 주에 변이했잖아. 걔들도 잊으면 안 돼.” 플로가 말했다.
스캔다르는 잊지 않았다. 사리카의 변이가 굉장히 근사했다는 건 스캔다르도 인정해야 했다. 사리카는 항상 불타오르는 손톱을 갖게 됐다. 메이블의 변이도 대단했다. 이제 그녀의 팔의 주근깨는 얼음 결정체처럼 반짝거렸다. 스캔다르도 살짝 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내 변이가 더 죽여 주지.” 바비가 뻐기면서 노란 재킷의 소매를 걷었다. 바비는 해칠링 중에서 두 번째로 변이를 경험하고서 뛸 듯이 기뻐했다. 자그마한 청회색 깃털이 팔목에서 어깨 끝까지 돋아나 있었다. 바비는 사랑스럽다는 듯 깃털을 손으로 쓱 쓸어내리고는 다시 사
과파이를 먹기 시작했다.
“오늘 밤 있을 메인랜더 수업 기대돼?” 플로가 물었다.
“물론이지.” 스캔다르가 대답할 때 바비는 웃기지 말라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는 보충 수업 필요 없어.” 바비는 독이라도 뱉듯이 그 말을 뱉었다. “아일랜더 애들을 다 봐도 나보다 훈련에서 뛰어난 애는 없더라.
아, 너 들으라고 한 말 아니야, 플로.”
“음, 나는 기뻐.” 스캔다르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교관에게 센티널들이 당한 공격에 대해서 뭐 아는 게 있는지 물어볼 기회니까.”
“아, 스카!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플로가 속삭였다. “교관이 너를-네가 아는 그거라고-의심하면 어쩌려고?”